車전장·AI…삼성 후속 조직개편 '손영권 역할론' 부상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오른쪽)가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면담하고 파리에 AI 연구개발 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가 사장단·임원 인사에서 위기대응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번주로 예상되는 조직개편·보직인사에선 미래성장산업으로 점찍은 AI(인공지능),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 분야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성장동력발굴을 책임진 손영권 사장의 역할 확대도 거론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는 사장단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의 후속조치로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내년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사장단 승진 인사를 2명으로 축소하는 등 위기대응과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 기조가 조직개편과 보직인사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위기대응과 함께 성장동력 발굴을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룹 안팎에선 AI, 자동차 전장 부문 강화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AI, 자동차 전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 2015년 12월 기존의 반도체·디스플레이·ICT(정보통신기술)에 차량용 라인업을 확대하는 수준에서 신설한 전장사업팀은 여전히 전사 조직 산하 팀으로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한 상황이다.

그동안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 인수 등을 거치면서 전장사업이 제품을 구체화하고 사업을 키우는 단계로 넘어간 만큼 인력과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부 격상 등을 통해 전장사업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LG그룹도 지난달 말 조직개편에서 전장사업을 주도해온 LG전자 (91,800원 ▼700 -0.76%) (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의 명칭을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로 바꾸고 지주사인 ㈜LG (77,000원 ▼100 -0.13%)에 구광모 회장 직속으로 계열사의 전장사업을 조율할 자동차부품팀(김형남 부사장)을 신설했다.

손영권 사장 구원등판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손 사장은 지난해부터 하만을 포함해 삼성전자의 사업 융복합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 등 전장사업 전담조직을 맡을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올초 CES 2018에서 하만의 전장사업 기술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주최한 데 이어 최근 포르투갈에서 열린 기술세미나에서도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현재 전장사업팀은 생활가전사업부 C&M사업팀장을 지낸 박종환 부사장을 중심으로 국제채용전문가를 맡던 김종민 상무, 기획팀 담당임원이었던 백종수 상무, 프랑스법인 담당임원이었던 안장혁 상무, 무선UX혁신팀장을 지낸 이원식 연구위원 등이 이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사업 재편 논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소속 임원이 줄줄이 승진했다는 점에서도 전장사업 등 성장동력 강화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지난주 인사에서 과거 미래전략실 전략1팀 출신으로 전자계열사 사업재편을 담당했던 김홍경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전무와 삼성전자 기획팀을 거쳐 미전실 전략팀에서 M&A(인수합병)를 주도했던 이승욱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건설·중공업 계열사 컨트롤타워인 삼성물산 (144,500원 0.00%)의 EPC(설계·구매·시공) 경쟁력 강화 TF장 김명수 부사장과 금융 계열사를 지원하는 삼성생명 (79,300원 ▼2,000 -2.46%)의 금융 경쟁력 제고 TF장 유호석 전무도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한국을 포함한 세계 7곳에 연구센터를 개설하며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AI 분야에서도 글로벌 조직 확대를 고려한 추가 조직개편이나 보직인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