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된 '수능 난도 조절 실패'…해법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지난 5일 대구여고 3학년 교실에서 자신의 수능성적을 확인한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불수능’… ‘물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뒤 난도 조절 실패 논란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수능 난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수능을 계기로 교육과 평가 방식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능을 포함한 대입제도 전반의 급격한 변화는 충격이 큰 만큼 단기적으로 올해 수능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입의 대체모델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수능 출제·검토진에 현직 교사 참여 늘려야"

상대평가 방식인 현행 수능에서 변별력은 필수다. 기준 점수 이상을 받은 학생에게는 모두 같은 등급을 부여하는 절대평가과 달리 상대평가에서는 1점단위로 학생들을 줄을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킬러문항'도 생겨났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출제자들은 난도 조절에 민감하다"며 "학생들의 학력 편차가 커지면서 수능 난도 조절에 애를 먹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상위권 학생들과 중하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적정한 난도를 맞추기란 쉽지않기 때문에 결국 올 수능 국어 31번과 같이 어렵게 꼬인 문제는 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서열화된 대학 구조에 수능 등급을 맞추려다보니 '초고난도' 문제를 낼 수밖에 없다"며 "대학 서열에 수능 난도를 맞추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과 괴리된 초고난도 문제를 걸러내기 위해선 수능 출제진 구성을 대학교수 위주에서 고3 학생들을 맡고 있는 일선 교사 위주로 바꿔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문제 출제는 주로 대학교수들이 했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더 높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출제진 가운데 현재 교사 비율은 약 30~40% 수준이다. 교사들은 출제 문항의 적절성과 오탈자 등을 검수하는 검토위원을 주로 맡는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수험생의 특성을 잘 알고 대학교수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고교 교사 출제위원 비율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9월 모의평가 출제진으로 참여한 교사들이 11월 본수능 출제진에도 포함돼야 난도 조절 등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검토위원으로 더 많은 교사들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기영 경기도 안산시 산신길고 교사는 "수능 출제 과정에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대면하지 않는 등 출제시스템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다만 왜곡된 문항을 줄이고 난도 분석을 좀 더 세밀하게 하기 위해선 현장 교사들이 검토위원으로 더 많이 들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가원 "출제·검토진 난도 예측 능력 강화할 것"

전문가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난도 조절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현행 선택형 일변도의 문제풀이 위주인 수능평가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숙명여고 사태'를 겪으면서 내신 위주 입시체제애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 과목을 늘리거나 논·서술형 문제 등을 출제하는 쪽으로 대입 모델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는 논술이 아니라 유럽식의 과목별 논술형 시험 도입을 고려해 볼 때"라고 말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평가원이) 수험생들의 수능준비 탓을 하는데 이는 내년에도 난도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평가원이 먼저 수험생들의 학력 수준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내년에 안정적인 수능을 위해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물론 수험생의 특성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창훈 수능 본부장은 "올해 수능 일부 영역에서 출제·검토위원들의 난도 예측 능력이 다소 미흡했다"며 "내년 수능에는 출제·검토위원들의 예측 능력을 강화하고 수험생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