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나는 文정부 초대 부총리..정치적 의사결정 위기 극복해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2018.12.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퇴임한다. 별도의 이임식 없이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 입주한 기재부 혁신성장본부 소속 직원들을 만나는 것으로 1년6개월간의 부총리 업무를 마감한다. 김 부총리는 재임 기간 중 보람있었던 일로 가장 먼저 혁신성장 정책 추진을 들었다. 재임 기간 중 청와대 일부 인사들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김 부총리는 남는 공무원들에게 '용기와 소신을 가지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가장 보람있었던 것은 첫번째로 혁신성장을 어젠다화한 것"이라며 "제가 혁신 또는 혁신성장 전도사 비슷한 역할을 나름대로 자임하며 우리 경제의 큰 축의 하나로 어젠다화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그간 '경제 사령탑'을 자임해 왔지만 역할은 사실상 '혁신성장' 분야에 국한됐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다른 축인 '소득주도성장'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각각 주도한 모양새였다. 이에 김 부총리는 지난 8월 민관 전문가 200명을 모아 혁신성장본부까지 출범, 먹거리산업과 일자리 창출, 규제혁신 방안 마련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혁신성장본부는 공유경제 등 시급한 분야 규제혁신 사례가 전무한 가운데 미래 산업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우리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며 책임을 정치권에 돌리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이임사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은) 경제에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 기득권을 허물어야 하고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좋지 않았던 관계를 의식한 듯 이임사에서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용기'를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 상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경제사회 문제들은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어 타협과 조정, 양보와 희생이 기반이 된 사회적 대타협 필요하다"며 "그것을 푸는 것이 정치인데 보다 긴 시계, 안목에서 대승적 차원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향후 계획과 관련, “이제 저는 평범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가뿐한 행장(行裝)으로 떠난다”면서도 “제 인생의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간다”고 말했다.

야당의 '러브콜'이 잇따랐던 상황에서 '유쾌한 반란'이 정치권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부총리는 "특정 실체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는 아니고 그렇게 살아왔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특별히 계획하고 있다는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제가 문정부 초대 부총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