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무현 비하' 시험문제 낸 교수에 “500만원 배상하라”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고소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의원은 SNS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유가 '부부싸움'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남겼으며 이에 노무현재단은 이날 정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2017.9.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을 담은 시험문제를 낸 홍익대 교수가 유족들에게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홍익대 법과대학 류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류 교수는 2015년 6월 출제한 기말시험 영문 지문에서 "Roh(노)는 17세였고 지능지수는 69였다. 그는 6세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는 내용을 제시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노씨는 “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과 경멸이 담긴 인신공격을 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은 물론 유족의 명예도 침해했다”며 1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류 교수 측은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사적인 사건을 각색해 사례로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학문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내의 행위”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류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손해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에겐 손해배상 채권이 없고, 류 교수의 행위로 노씨 본인의 명예나 인격권이 침해된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류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의 투신 및 사망 사건을 조소적으로 비하해 표현함으로써 노씨의 추모 감정을 침해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류 교수는 노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해당 시험문제가 제한된 수강행들에게만 배포된 점을 고려해 위자료를 5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결이 타당하다며 상소를 기각하고 500만원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