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첫 재판부터 공방가열…"공소장 위법"vs"은밀한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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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News1

사법농단 사태를 부른 양승태 대법원의 '행동대장'으로 알려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 측이 첫 재판에서 공소 자체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재판부가 예단이 생길 수 있는 사항을 공소장에 기재해 재판 절차의 정당성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0일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변호인 측은 이날 "이 사건 공소장은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이 재판부는 공소장을 면밀히 살펴서 공소기각 판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란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돼야 하는데, 법관에게 피고인이 유죄라는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에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등과 같은 굵은 큰 글씨로 적은 소제목들과 '청와대와 여권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다'와 같은 부차적 설명이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과 관계가 없는 동시에 법원에 잘못된 예단을 주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으로 공소 기각이 나온 구체적 판례도 제시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에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가 공소기각 판결된 점을 예로 들었다.

검찰은 이에 적극 반박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은 증거 관련 부분이 공소장에 기재된 경우였다면서 "변호인 측이 지금 이 사건에서 지적한 부분은 대부분 범행 경위를 적은 것"이라며 예시로 든 판결과는 궤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진 범행"이라며 "범행 동기와 목적을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은 재판 공정성이 침해되었다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어서 진실 규명하려는 재판인데 공소장 일본주의 말하면서 실체 심리 포기하라고 하는 건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이날 검찰이 증거 열람등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항의했다. 또 모든 증거를 열람하기 전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은 "모든 증거를 다 제출하라고 하면 현재 임 전 차장의 여죄나 상급자와 하급자에 대한 수사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전체 증거기록 중 40%에 대해선 열람등사가 허락된다면서 그것부터 먼저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변호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다음 공판준비기일까지 모든 열람등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협력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12월19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혐의를 Δ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도모 Δ사법행정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Δ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한 범죄혐의 Δ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한편 임 전 차장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통상 준비기일이 최소 1~2회 진행되고 공판기일이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임 전 차장은 빨라도 내년 1월께 법정에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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