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 압박에 30년만에 뒤늦은 상장 결정

교보생명 로고/출처=교보생명

지난 30여년간 끊임없이 상장 이슈를 몰고 다닌 교보생명이 처음으로 IPO(기업공개)를 공식화했다. '영원한 상장 후보' 1순위에서 생명보험사 '빅3' 중 가장 늦게 증시에 입성하게 된 이유는 뭘까.


◇2전3기 끝 '빅3' 중 마지막 상장=교보생명의 상장 검토는 지난 1989년 기업공개를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가 상장을 전제로 한 재평가차익 문제 등으로 상장을 반대하며 무산됐다. 당시 증시 침체로 물량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후 2007년 금융당국이 생보사 상장을 위한 상장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18년 만에 생보사 상장의 길이 열렸다. 당시 교보생명이 상장 1호 생보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예상을 깨고 동양생명이 가장 먼저 상장했다. 이후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2010년 나란히 상장했으나 교보생명은 검토 끝에 상장 계획을 보류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80년대에는 자본확충이 시급해 상장을 적극적으로 원했지만 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혔고, 2000년대 들어서는 상장 무산 후 이미 자본확충을 충분히 해 놓은 상태라 상장을 통한 증자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며 "꾸준히 검토는 해왔지만 내외부적 변수로 인해 보류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IFRS17 후폭풍 또다시 자본확충 압박=교보생명이 다시 상장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처음 상장을 검토했던 1980년대와 마찬가지로 자본확충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는 2022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금융당국의 건전성규제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 K-ICS)가 시행되면 보험사별로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대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교보생명은 앞서 지난해 7월 5억달러(한화 약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한 후 1년 만인 지난 7월 다시 최대 10억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하려 했으나 잠정 중단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해외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등 발행 조건이 악화돼 과거보다 금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최근 컨설팅을 받아 본 결과 IFRS17 등에 대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상장 주관사들도 더 늦기 전에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며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IFRS17 및 킥스 도입에 대비하고 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혁신 등을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이 보유한 지분 24%에 대한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오너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압박에 나선 것도 상장을 서두른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2012년 지분 인수 당시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달았다는데 약속했던 2015년에서 3년이 경과하도록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FI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풋옵션 행사가 이뤄질 경우 신 회장은 FI에게 1조원 가량을 돌려줘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회계제도 변경 등으로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데다 FI들과의 약속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상장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증시 악화로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라 상장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