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동차업계 "트럼프, 日 자동차 시장 열어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상을 한 달 앞두고 미국 자동차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일본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매트 블런트 미국 자동차정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개최한 공청회에 참석해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시장 개방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미국도 일본산 차에 시장을 개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정책위원회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이익단체다.


블런트 대변인은 이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동차시장 중 하나지만 미국이 지난해 일본에 판매한 자동차는 2만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수는 지난해 170만대였다. 그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 등 일본의 자동차 관련 규정이 너무 엄격해 미국산 차가 일본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협상에서 규제 장벽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자동차노동조합 역시 성명을 내고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품목을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데지레 호프만 전미자동차노조 국제대표는 "일본과 FTA를 체결하면 자동차 부문에서 무역적자가 커진다"면서 "자동차가 (FTA에) 포함되더라도 일본이 미국에 팔 수 있는 차량 대수 한도를 정하고 환율 조작 방지를 위한 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닛산, 혼다 등 해외자동차기업을 대표하는 세계자동차제조사협회 측은 미일 FTA 체결시 경제 성장, 일자리 증진, 경쟁력 제고 등으로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지난해 차량 380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은 자동차를 '볼모'로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추진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 일본이 주도한 다국적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며 다자보다는 양자 간의 무역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미국의 대일무역적자 등을 언급, 양국 무역이 불공정하다면서 일본산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690억달러로, 그 중 75%에 가까운 540억달러는 자동차 때문이다.

일본은 양자 간의 무역협상은 어렵다며 미국의 TPP 재가입을 촉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해 양국이 무역협상에 돌입하기 전까지 일본산 차에 대한 미국의 신규 관세 부과를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이르면 오는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무역협상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