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아닌 '여행사'들의 가이드…창업성공 아직 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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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여행사들의 '세트 상품' 대신 각자 기호에 맞춰 개별 구매해 자유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항공과 숙박 예약은 물론 현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액티비티, 투어 상품도 각각 따로 예약한다. 불과 몇 년 만에 여행 트렌드가 바뀐 거다. 특히 온라인 시대의 도래로 여행 시장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시장 구조가 변하면 혼란이 생긴다. 대형 여행사에 소위 '납품'하던 개별 액티비티 여행사들에게 직접 판매의 길이 그야말로 활짝 열렸지만 막상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들을 많지 않았다. '왜 하지 않을까?' 의문에서 시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업체가 '액스(AX, Activity Exchange)다.

오연주 액스 대표/사진제공=액스

액스는 액티비티 여행사들이 온라인 판매채널에 자사 상품을 등록하고 예약 관리를 간편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달 수십 개 온라인 판매채널에 흩어져있는 정산·고객 정보도 액스의 웹과 앱에서 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창업 첫 해인 지난해 말 유럽 주요국가 여행 상품 350개를 관리하기 시작해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액스를 통해 온라인에 판매되는 상품만 유럽 10여 개국 1200여개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만난 오연주 액스 대표(사진·28)는 "액티비티 여행사들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자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여행 스타트업과 달리 액스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업체다. 액스의 고객은 여행을 떠나는 소비자가 아닌 여행자들에게 액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여행사들이다. 오 대표가 대학 졸업 후 관광봉사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겪었던 불편한 점들에 대한 고민이 창업의 발판이 됐다.


"직접 '여행가이드'가 돼 보니 여행업 생태계를 깊숙이 알게됐죠. 유통단계가 굉장히 복잡하고, 소규모 액티비티 여행사들의 업무·수익구조가 너무비효율적인 거예요. 이들의 본업은 여행자들에게 양질의 액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 상품 판매, 예약관리, 정산 등 '책상 앞 잡무'가 '현장 속 본업'의 발목을 잡고 있던 거죠. '솔루션'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제대로된 솔루션만 있다면 업체들은 '잡무'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잖아요. 거기에 쏟았던 비용과 시간을 액티비티에만 집중하면 되니 가이드와 여행자 둘 다 만족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죠."

솔루션을 고민하던 차에 한 여행 스타트업 대표의 계기로 직접 실행에 옮기게 됐다. 지난해 말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프랑스로 날아가 현지 업체들을 만나면서 신뢰를 쌓아갔다. 업체들과 미팅하고 밤에는 계약한 업체들의 상품 등록 및 예약 관리 등 업무를 하느라 잠 한숨 못잤다. 정식으로 앱·웹 시스템을 개발하기 전까지 액스 직원들이 수 많은 상품에 대한 검증, 상품 등록, 예약, 정산 등을 직접 수작업으로 관리했다.

오 대표는 "처음부터 앱·웹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지만, 각 업체들이 하던 '잡무'를 직접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업체들과 판매채널을 연결하려면 업체와 시장에 대한 이해, 업체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능이 뭔지 아는 것이 먼저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으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40일 만에 앱과 웹을 개발, 지난 8월말 론칭했다.

액스가 액티비티 여행사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한 번의 클릭으로 수 십개 판매채널에 상품이 등록되고, 판매와 예약 관리를 앱·웹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정산 및 번역 서비스도 제공한다./사진제공=액스

액스와 계약을 맺은 판매채널도 기존 4개에서 12개로 늘었다. 와그, 야놀자 등 여행 플랫폼을 비롯해 지마켓, 옥션, 위메프 등 온라인 채널에 액스가 검증한 유럽 액티비티 상품이 판매중이다. 3명으로 출발한 회사도 올 연말이면 10명이 된다. 액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매출이 6배나 뛴 업체도 나오니 업계에 소문도 금세 퍼졌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주 고객사였는데 현재 해외 업체 비중이 20%로 늘었다. '해외 업체들에게도 유용한 솔루션일까?'하는 오 대표의 가설과 글로벌 경쟁력이 동시에 입증됐다. 회사 이름도 초기 '누리다트립'에서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액스'로 바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 대표의 열정과 액스의 비전은 스타트업 업계의 눈에도 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창업자와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창업발전소 콘텐츠 스타트업 리그'에서 1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20개 우수업체에 들었다. 지난 8월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2위)을 받았고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과 미래에셋으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오연주 대표(뒷줄 가운데)와 액스 직원들./사진제공=액스

오 대표는 '창업에 성공했다'는 말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 시도했던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도 있고, 수십 년 이어온 업체들도 한 순간에 망하는 상황에서 저희도 예외일 수는 없죠"라며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직원과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오직 '회사'일만 생각하며 살아간다.

"진짜 하기 싫은 것 1000개를 해야만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창조 1개가 나오는 게 '사업' 같아요. 장기적인 목표는 전 세계 여행 액티비티 업체들이 액스를 쓰는 거예요. 우선 5년 내에 시장 점유율 40~50%까지 만들 겁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 시장을 바꿀 거예요. 스타트업이지만 사회적 기업 마인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액스를 통해 전체적인 여행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