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되면 전기요금은?

6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사업소에서 직원들이 가정으로 배부될 지난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2018.8.6/사진=뉴스1

정부가 여름철마다 ‘요금폭탄’ 논란에 휩싸였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안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2016년에 이어 누진율과 누진단계가 추가적으로 완화되거나 누진제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었다. TF는 산업부, 한국전력,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와 소비자·시민단체, 전력·소비자·갈등관리 분야의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누진제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를 평가한 뒤 국민여론 수렴과 국회 협의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게 된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1단계 200㎾h 이하 △2단계 200~400㎾h △3단계 400㎾h 초과 등 3단계로 구분해 매겨진다. 누진 단계별 요금은 △1단계 기본요금 910원·전력량요금 93.3원/㎾h △2단계 기본요금 1600원·전력량요금 187.9원/㎾h △3단계 기본요금 7300원·전력량요금 280.6원/㎾h이다. 최저·최고단계의 요금차이는 3배다. 전기사용량이 많은 구간일 수록 요금이 급격히 오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매년 여름마다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폭염 속에서도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충분히 쓰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016년 12월 기존에 누진 6단계, 최저·최고단계 요금차 11.7배이던 것을 3단계, 3배로 완화했다.


하지만 비판은 끝나지 않았다. 특히 올 여름엔 기록적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불만이 더욱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누진제 폐지 청원이 쏟아졌다. 산업용, 상업용 전기와는 달리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가 적용되는 점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들이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개선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결국 산업부는 여론을 반영해 개편 2년 만에 누진제를 다시 손 보기로 했다. 개편 방향과 관련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3단계인 전기사용량 구간을 2단계로 낮추거나, 현재 3배인 최저·최고단계의 요금차를 추가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누진제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구간별 요금을 없애고 단일요금 제도로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전력사용량이 적은 가구의 요금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행 누진제는 전기사용량이 적은 2단계 중간까지는 원가 아래서 공급하고, 그 이상은 원가 이상으로 공급해 평균을 맞추는 구조다. 따라서 누진제를 폐기하고 모든 단계에서 원가보상률을 정상화하면 일부 가정은 전기요금이 오르게 된다.

산업부는 누진제를 없애고 한전의 2017년 평균 전력판매단가인 1㎾h당 108.5원을 적용할 경우 총 2250만가구 중 누진제 1구간 800만가구와 2구간 600만가구 등 총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나머지 850만 가구는 전기요금이 낮아진다. 누진제가 당초 소득재분배 기능을 위해서 도입된 측면이 있는 만큼 저소득층의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반면 최근 1인가구 급증 등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력사용량이 적은 가구가 곧 저소득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가족 구성원이 많은 저소득 가구가 부유한 1인가구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TF는 이 과정에선 전기사용 실태조사 결과와 해외 사례 등을 기초자료로 참고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와 한전은 지난 여름 누진제 논란을 계기로 10월부터 국내 1만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조사를 벌였다. 구성원 수, 소득 등 가구별 특성에 따른 전기사용량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산업부는 중장기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도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산업·일반용 전기의 경우 현재 누진제 없이 △용량별(갑Ⅰ·갑Ⅱ·을) △전압별(고압A·고압B·고압C·저압) △계절별(여름·봄가을·겨울) △시간별(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 요금기준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다만 가정용 전기요금에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전력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전력계량기(AMI)가 보급돼야 한다.

이용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금년 여름 폭염 상황에서 누진제 한시완화를 통해 국민부담을 줄였으나, 한시조치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누진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조사를 거쳐 민관 TF를 본격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누진제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