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풋옵션 행사 강행…IPO 추진해도 '진퇴양난'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까지 IPO(기업공개)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교보생명 FI(재무적투자자)들이 2조원 규모의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고, 위축된 공모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IPO 성공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교보생명은 11일 개최한 정기이사회에서 자본확충을 위한 IPO 추진을 결의했다. 지난 7월 IPO를 포함한 증자 검토에 나선 데 이어 약 5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상장 추진을 확정했다.

업계에선 교보생명의 상장 추진 결의 배경에는 2022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지분 약 24%를 보유한 FI의 풋옵션 행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상장을 보류했던 교보생명이 FI의 풋옵션 행사를 보고 이번에 상장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FI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FI 중 한 곳의 CEO(최고경영자)는 "풋옵션은 교보생명이 아니라 신창재 교보증권 회장 개인에게 행사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IPO를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해서 풋옵션 행사가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 1.2조 투자한 FI…풋옵션 2조원 주장 근거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로 구성된 FI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신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을 포함 시켰다.

약속된 기한을 3년을 넘겨도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당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지만 권리 행사가격을 정하지 않고, 행사 시점에 교보생명의 공정가치를 산정해 정하기로 했다.

FI 관계자는 "각 FI들이 각각 회계법인을 통해 지분가치를 평가하고 종합한 것"이라며 "PBR(주당순자산가치), 자본시장법상의 본질가치, 수익가치 그리고 상속세·증여법상 가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회사 가치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자본총계만 봐도 2조원의 풋옵션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지분을 살 때 교보생명의 자본총계(북밸류)가 5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9조원이 넘는다"며 "이를 단순계산해봐도 풋옵션으로 2조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FI들은 지난달 말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보고서'를 신 회장에게 전달했다. 계약조건상 평가보고서를 제출한 뒤 한 달 뒤인 올해 안에 신 회장이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 만일 FI들의 지분을 되사주지 않으면 신 회장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된다.

풋옵션 이행기일이 지나면 양측은 중재소송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FI측이 승소하게 될 경우, FI들은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이나 재산을 압류, 처분할 수 있게 된다. FI 관계자는 "풋옵션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서 조건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신 회장은 매입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위축된 공모시장, 교보생명 IPO 성공여부 미지수 =교보생명이 IPO를 추진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절차를 마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최근 공모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가운데 수조원에 달하는 공모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표적인 생명보험회사의 현재 시장가치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3~0.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보생명 자기자본 약 9조원에 0.5배의 PBR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5조원에 못 미친다. FI에서 판단하는 밸류에이션과 차이가 적지 않다. IPO를 추진하더라도 밸류에이션 문제에서 시장 혹은 FI측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PO가 성공할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 희석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신 회장의 교보생명 보유지분은 33.8%인데, 상장 이후 지분율은 이보다 더 낮아진다. 최대주주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안정성 여부도 IPO 과정에서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미 금리차 확대, 저축성 보험 판매 저하 등으로 생명보험사 손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교보생명이 IPO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