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일 '연세대 총여'또 존폐기로…공동행동에도 "폐지" 요구

대학 총여학생회 학생들이 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2018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 집회를 하고 있다. 2018.1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이우연 기자 = 서울시내 대학 중 유일하게 '총여학생회(총여)'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연세대학교 총여마저 존폐의 기로 앞에 몰렸다.

대한민국을 휩쓴 '페미니즘' 열풍에도 총여 폐지 흐름이 가속화하자 각 대학 총여들은 이를 '백래시(반발)'로 규정하고 "총여학생회는 필요하다"며 공동대응에 나섰지만, 대학가 여론을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다.

급기야 연세대는 학생총투표를 거쳐 결정된 '총여 재개편' 요구에도 실질적인 논의 없이 지난달 제30대 총여가 당선되자, 학내에서는 "총여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포럼·집회 열었지만…'총여 폐지 서명운동' 등 여론 싸늘

10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외벽에는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곳곳에 나붙었다.

'총여학생회 폐지를 외치며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한 한 학생은 "재개편을 기다린 6개월, 그리고 불의를 해결하고자 꼬박 지새우던 숱한 밤들이 한순간 재가 됐다"며 학생총투표에도 총여 재개편이 사실상 무산된 점을 비판했다.

총여 퇴진을 위한 오프라인 서명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 학생은 "1300명의 학우분들의 서명만 더 있다면 다시금 학생총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며 "반드시 총여의 폐지가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현재 연세대 커뮤니티에서는 '총여학생회폐지위원회'가 출범해 '총여 폐지 및 후속기구 신설'을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연세대·동국대 총여학생회, 성균관대 총여 재건 단체 '성균관 성평등 어디로 가나' 등이 개최한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을 규탄하는 대자보도 게시됐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외벽에 총여학생회 폐지와 후속기구 설립을 촉구하는 대자보들이 붙어있다.2018.12.10/뉴스1© News1 이우연 기자

당시 포럼을 연 학생들은 "대학 내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기구(총여)는 '민주주의' 자체로 표방되는 다수에 의해 존폐가 결정됐고, 민주주의의 승리로 인식됐다"고 지적하면서 "그래도 대학 내에서 총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민주 총여학생회의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쓴 연세대 재학생 연모씨는 "재개편은 고사하고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행태에서 저는 법과 시민 위에 군림하던 지도자들의 초상을 본다"며 총여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연씨는 "사상 최초의 학생총투표로 내려진 재개편의 엄중한 경고에도 연세대 총여는 최근 총투표로 폐지된 타 대학의 총여까지 불러모아 학내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포럼을 개최했다"며 "이렇게 민주주의 무너지는가"라고 질타했다.

연씨는 9일 각 대학 총여들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개최한 '2018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 집회'에도 참여해 1인 시위를 하며 총여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달아 폐지되는 총여…연세대, 서울서 마지막 남아

'총여 폐지 및 후속기구 신설'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으로 또다시 학생총투표가 진행될 경우 연세대 총여는 1988년 출범 이후 30년 만에 폐지 위기를 맞게 된다.

앞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놓고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82.24%의 찬성률로 제29대 연세대 총여의 재개편을 확정했다.

당시 총여 재개편 요구는 지난 5월 총여가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씨의 '대학 내 인권활동 그리고 백래시' 교내 강연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일부 학생들은 Δ연세대가 기독교 학교인 점 Δ은씨가 십자가 모양의 자위기구 사진을 개인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점을 놓고 강연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총여가 은씨의 초청강연을 강행하자, 강연 당일 학생들은 강연장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학생들은 '총여학생회 퇴진 및 재개편 추진단'을 꾸리고 총여의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현재 서울권 대학 중 총여가 남아있는 대학은 연세대가 유일하다.

성균관대학교는 지난 10월15일 총여학생회 존폐 여부를 묻는 총투표에서 폐지 찬성이 총 투표수 4854명 중 4031표인 83.04%로 나타나면서 폐지수순을 밟았다.

이어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도 지난달 22일 학생총투표 결과 폐지 찬성이 5343표(75.94%)를 얻으면서 끝내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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