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윤여철 현대차그룹 부회장, 샐러리맨 신화 비결은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사진=이기범 기자

한차례 자리에서 물러났다 복귀한 윤여철 현대차 (235,000원 ▲4,000 +1.73%)그룹 부회장(66·사진)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신(新)체제에서도 그룹본부 내 부회장직을 유일하게 이어가면서 그의 '부활' 비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시대의 수뇌부 인사들이 대거 퇴진했으나, 그는 고유의 노무(勞務) 전문성을 인정받아 홀로 생존했다.

현대차그룹은 12일 현대·기아차 및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사장단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정 회장의 '복심'으로 불려 온 김용환 부회장(그룹 기획조정)이 계열사인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게 이번 인사의 주목할 만한 키포인트다.

정 수석부회장 시대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상징적인 신호탄이어서다.

그룹 내 R&D(연구개발)를 총괄해 온 양대산맥 양웅철(연구개발총괄) 부회장과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도 동반 퇴진하며 후임 연구자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자연스럽게 그룹 본부 내 부회장단은 그룹 내 최고의 노무관리 전문가로 꼽히는 윤 부회장만 지키게 됐다. '정 회장-정 수석부회장-윤 부회장' 체계로 조직을 일원화·단순화한 셈이다.

울산공장장을 거쳐 노무 전문가로 승승장구해 온 '현장형 CEO(최고경영자)' 윤 부회장은 2012년 노사갈등이 심화되면서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적이 있다.

그러다 "노사관계 현안을 처리해달라"는 정 회장의 특명을 받고 1년 만에 다시 복귀했던 인물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 전까진 부회장단 맏형으로서 대외 활동을 하는 등 선임 역할도 해왔었다.

재계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노사 관계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해당 분야 베테랑인 윤 부회장을 재신임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만해도 노조와의 임단협 협상을 여름휴가 전 파업 없이 조기 종결해 사업 안정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에서도 중책을 맡으며 경영계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윤 부회장은 기존의 노무·국내생산 부문을 넘어 미·중 무역전쟁, 지배구조 개편, 광주형 일자리, 수소전기차 확대 등 다양한 그룹 주요 현안들을 챙기며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사 발표 이후 주변에 "정 수석부회장을 잘 보필해 한국 자동차 산업 위기 파고를 극복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그간 대관 업무를 맡으며 수소전기차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정진행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 현재 표류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를 이끌게 됐다.

김 부회장의 보임으로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정 수석부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유임됐다.

현재 기아차 (110,400원 ▼1,800 -1.60%) 부회장 자리는 이형근 전 부회장 퇴임 후 공석으로 남았으며 박한우 사장, 최준영 부사장이 공동 대표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