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사칭범, 윤장현에 "전화기 본체 바꿔라"

머니투데이

김건휘 인턴기자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12일 오전 12시20분쯤 13시간에 걸친 검찰조사를 받은 뒤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사진=뉴스1

전직 영부인을 사칭해 보이스 피싱 범죄를 저지른 김모씨(49·여)가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수사당국으로부터 회유·협박을 당하고 있다"며 "전화기 본체를 바꾸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밤 윤장현 전 광주시장 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지훈씨(전 광주관광컨벤션뷰로 대표이사)는 광주지검 앞에서 사칭범 김씨가 지난달 5일 윤 전 시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앞서 윤 전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지난해 12월말부터 올 1월말까지 4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김씨의 자녀가 '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시 산하기관과 사립학교 등에 채용해준 정황이 드러나면서 피의자로 전환된 상태다.

윤 전 시장 측이 공개한 문자에서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경찰과 검사는 시장님과 제가 공범이라고 몰고 있다"며 "공천 알선으로는 3년이고 사기로는 5년이라고 잘 생각하라고 회유‧협박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한 "공천 대가가 아니었냐는 추궁은 부인했다"며 "윤 전 시장은 자신에게 속아서 돈을 준 것이 전부라고 진술했다"고 문자를 남겼다.

하지만 김씨는 "제 전화기는 문자 복구가 전혀 안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시장님 전화기 본체를 바꾸셨으면 한다. 몇가지 우려스러운 문자 내용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등 거래의 대가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전 시장은 문자메시지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며 "저의 불찰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이번 사건의 주범인 사기피의자 김씨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조치가 취해지길 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장현 전 시장은 12일 0시20분 2차 검찰 소환조사를 끝낸 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검찰 조사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검찰의 조서에 날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직권남용·업무방해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시장은 김씨의 자녀 채용과정에 관여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