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머니]2018 리빙랩-시민 참여로 일상을 바꾸고 정책도 바꾸다

- 행정안전부+지역공동체 손잡고 리빙랩 실험

12일 열린 리빙랩 사업의 결과보고회/사진=이우기

▶ 주민 건강예방, ‘마을건강방’으로 지역공동체와 함께 해결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사는 김승옥(64세) 씨는 “요즘 살 맛 난다”고 얘기한다. 13주간 남가좌동에 문을 열고 시범사업을 한 ‘가재울 마을건강방(이하 마을건강방)’을 이용하면서다. 김 씨는 “팔 수술에 당뇨까지 와서 몸이 안 좋았는데 이곳에 다니며 좋아졌다”며 “건강 챙기러 왔다 동네 사람들도 알게 되고 운동 열심히 했다고 수당까지 받으니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약 3개월간 마을건강방을 이용한 회원은 총 101명이다. 월 4회 이상 3개월간 마을건강방을 빠지지 않고 출석한 주민들의 지속 참여율은 49%였다. 유료 건강 강좌의 3개월 지속률이 12%(한국건강증진개발원)인 것과 비교해도 4배 높은 수치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가재울 마을건강방'/사진제공=남가좌동 마을공동체 하.나.의

마을건강방은 개인별로 이뤄지던 건강관리를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나가는 모델이다. ‘건강’을 주제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여기에 찾아온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이루면서 서로의 건강관리나 실천을 돕는다. 또한 회원들의 건강방 이용률, 식단관리, 건강 미션 수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건강실천수당으로 되돌려준다. 건강실천수당은 지역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 개념이다.

활동 결과, 참여 주민 97%(3개월 간 등록회원 101명 중 75명 회원 대상 설문 결과)가 마을건강방 이용에 만족했다. 마을건강방 이용 후 육체(80%)·정신(86.6%)적으로도 증진 효과가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80% 이상이 마을건강방 이용 후 마을에 대한 관심 및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강선규 남가좌동 마을공동체 하.나.의 이사장은 "이번 실험을 통해 예방중심의 건강실천공간으로서 마을건강방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모델 확산 시에는 주민 거주지에 인접하면서 상시 운영으로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공간이자, 지역 및 사용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민참여형 공간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세먼지 피해자들 원인·해법 직접 찾아 나서
대구효명초등학교와 시지초등학교 학생 60여 명은 지난 7월부터 미세먼지 모니터링단인 ‘녹색어린이단’에 참여했다. 지난 6주간 학교 주변과 통학로 등 생활권역의 초미세먼지(PM2.5, PM10) 수치를 친구들과 측정했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동네 미세먼지 지도’도 제작했다.

프로젝트 진행 결과, 녹색어린이단에 참여한 대구 2개 초등학교 학생들 대다수가 같은 학교 일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활동 이후 미세먼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어린이단으로 활동한 한 초등학생은 “이번에 체험도 하고 교육을 받으며 미세먼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녹색어린이단'으로 활동하며 미세먼지 측정 및 캠페인 등에 참여한 대구 초등학생들/사진제공=대구녹색소비자연대

또한 녹색어린이단이 6주간 직접 미세먼지 측정기로 측정하고 기록한 일지와 한국환경공단(에어코리아)이 제공하는 미세먼지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대체로 유사한 수치를 보였으나, 학교 주변 미세먼지 농도는 대체로 공식 측정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장대철 카이스트교수는 "이번 측정으로 주변에 차나 흡연자가 있고, 실내에서 살충제를 뿌리거나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등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특정한 원인이 가까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며 "대중교통 정거장이나 식당, 대형건물 등 사람들이 많은 다중이용 시설에서 대기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초등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일반 시민도 참여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서울지역 시민 모니터링단 50여명을 모집해 5주간 미세먼지 측정과 교육을 진행했다.

김은영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미세먼지 해결은 시민의 행동도 중요하지만, 지역별로 미세먼지 정책, 예산, 발생 요인 등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소통하며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주거 약자층, ‘주택 공급자’로 우뚝
"살아보니 만족도가 높다.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내 집처럼 오래 살 수 있어서 안정감도 있고, 함께 사는 사람들과 규칙, 운영 등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관계도 형성되는 것 같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주택 ‘달팽이집’ 거주자의 얘기다.

주거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며 사회주택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지금까지 공급된 사회주택은 공급의 주체인 사업자가 별도로 존재하고 입주자는 단순히 세입자나 소비자의 입장에 머물 때가 있다"며 "사회주택이 활성화되려면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주택과 관련된 지역공동체 당사자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주택인 '함께주택 2호'/사진제공=함께주택협동조합

이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과 협동조합형 사회주택 모델을 추진해왔던 함께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주택사업자가 아닌 거주자가 기획부터 사회주택 공급에 참여하는 새로운 주거 공급 모델 실험을 진행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은 내년 설립 예정인 '함께주택 3호' 거주자들을 10회에 걸친 워크샵에 참여시켜 주택 가격 책정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거주자들이 같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밟아 나가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올 2월부터 청년 공동주택인 ‘달팽이집’의 지역형 모델인 ‘전주 달팽이집’을 운영하며 지역에서의 사회주택 모델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사회주택의 입주자는 단순히 소비자 또는 세입자가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체"라며 "공급자 중심의 주택 가격 책정 방식에서 탈피해 이용자 중심의 주택가격 책정 방식을 계속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김용찬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장

김용찬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장/사진=이우기

- 행정안전부가 사회혁신추진단을 구성하고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사회혁신은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이다. 이전에 국내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를 사회혁신이라 규정하지는 않았다. 추진단이 구성되면서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회혁신 사례를 만들고 확산하고자 한다.

- ‘지역의 공동체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 삶의 질 향상 지원사업(함께채움)’의 성과는.
정부 주도 전달체계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민과 지역공동체, 민간단체가 함께 협력해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험에 나섰다는 점이다. 시민 참여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의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기존 리빙랩과의 차별성이라면.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고 늘 강조한다. 그동안은 정부가 주도하는 식이었다면, 이제정부는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도 기획 단계부터 운영 전 과정을 시민이 주체가 되는데 중점을 뒀다.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주민 참여로 직접 설계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진단은 시민의 아이디어가 더 숙성될 수 있도록 자금, 전문가 자문 등을 지원했다.

- 시민들이 사회혁신을 더 쉽게 체감하기 위한 추진단의 계획은.
사회혁신추진단의 모토가 ‘우리 곁에 반가운 변화’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올해 11월 말 전주에서 진행한 ‘사회혁신한마당’은 이러한 변화의 실체를 시민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자리였다. 내년에는 정부-전문가-시민이 함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국민 대상 공모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