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클래식 성지 '금호아트홀' 내년 5월 문닫는다

금호아트홀

광화문의 클래식 성지였던 금호아트홀이 내년 5월 문을 닫는다. 이곳에서 진행해오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기획 공연 및 사업은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이어간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광화문 금호아트홀이 내년 4월30일까지 운영하고 폐관한다고 12일 밝혔다. 재단은 지난 11일 금호아트홀 홈페이지에 "금호아트홀이 위치한 종로구 새문안로 75 건물의 제반 사정으로 인해 내년 5월1일부로 광화문 금호아트홀이 더 이상 운영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이 선보여 온 금호영재·영아티스트 콘서트,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 등 음악공연 지원사업은 내년 4월까지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며 5월부터 금호아트홀 연세의 무대에서 이어간다고 전했다.

현재 광화문 금호아트홀이 있는 대우건설 빌딩은 도이치자산운용이 소유하고 있다. 당초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소유 건물이었으나 바로 건너편에 새 건물을 지으면서 해당 건물을 도이치자산운용에 팔았다.

이 건물 3층에 390석 규모로 문을 연 금호아트홀(2000년 개관)과 210석 규모의 문호아트홀(2006년 개관)이 함께 자리해 있다. 문호아트홀은 2005년 타계한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을 추념하는 의미에서 고인의 호 '문호'를 따서 이듬해 개관했다. 건물 소유주가 도이치자산운용으로 바뀌면서 대우건설이 건물 전체를 임대해 사용 허가를 받았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대우건설로부터 재임대 받아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임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재단과 계약 연장이 어려워져 금호아트홀과 문호아트홀이 문을 닫게 된 것.

재단 관계자는 "이전에도 계약 연장할 때마다 문제가 조금씩 있기는 했지만 애초 공연 목적으로 지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무리없이) 계약 연장해 사용해왔다"며 "건물 소유주가 새 입주사를 찾았고, 더이상 금호아트홀이 유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아트홀 명패만 떼는 건지 이 공간을 리노베이션할 예정인지는 아는 바 없다"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사업은 내년 5월부터 연세대학교에 있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클래식 공연장으로 지어진 390석 규모의 금호아트홀 연세는 지난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연세대학교에 기증했다. 재단 관계자는 "금호아트홀 연세 역시 '금호아트홀' 이름을 달고 지었기 때문에 음향, 부대 시설 등 많은 부분 신경 쓴 공간"이라며 "현재 재단에서 하고 있던 모든 사업을 옮겨가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아트홀은 지난 19년간 서울 강북권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주 독주, 실내악 연주 무대가 5회 이상 펼쳐졌다. 특히 매주 목요일 열리는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뛰어난 연주자를 초청, 국내 관객에 수준높은 공연을 경험하게 해줬다.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900회 이상 공연했다.

금호아트홀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고향'으로도 통한다. 금호영재콘서트,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등을 통해 유망주들이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조성진 등이 금호영재 출신이다. 또한 금호아트홀은 국내 공연장 최초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시행해 연주자들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줬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상주음악가를 지냈다.

재단 측은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광화문 금호아트홀을 떠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도 변함없는 마음가짐으로 음악영재 지원사업과 클래식 공연문화 저변확대를 위한 지원사업들을 지속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