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의 남자' 맞은 현대제철…미묘한 표정관리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MK(정몽구 회장 이니셜)의 남자'로 불리는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제철 (31,450원 ▼600 -1.87%)로 자리를 옮긴다. 현대제철 대표이사는 우유철 부회장에서 9년 만에 김용환 부회장으로 바뀌게 됐다. 그룹 내 서열 2위로 불리던 경영자를 맞은 현대제철의 표정은 기대반 긴장반으로 미묘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김 부회장을 현대제철 부회장에 임명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현대로템 부회장에 발령됐다.

김 부회장은 이번 인사의 핵심이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에 있는 만큼 현대제철의 실적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 건설 등 수요 산업 침체, 환경 규제 강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글로벌 공급과잉과 각국의 보호무역조치 확산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통상임금 소송이라는 큰 과제도 눈앞에 뒀다 .현대제철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통상임금 소송 패소의 영향으로 기존 3761억원에서 102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줄어든 규모다.


김 부회장이 현대제철로 오면서 내부적인 변화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이 고문에 위촉되면서 공석이 된 사장 인사를 비롯해 부회장 이하 임원 인사가 올 연말에 실시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사장단 이하 임원 인사는 연말에 난다"라고 설명했다. 추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 부회장은 1956년으로 동국대 무역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1983년 현대차에 입사해 2010년 기획조정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감사실, 전략기획담당, 법무실, 인재개발원 등 주요 부문을 총괄했다.

김 부회장은 회장의 숙원이던 현대건설 인수를 성공시켰고 옛 한국전력 부지 인수, 통합 신사옥 건립 등 굵직굵직한 업무를 이끈 인물이다. 지난 9월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대신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전문경영진의 세대교체 수순을 밟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환 부회장의 역할도 그룹 본부 중심에서 계열사 경영으로 바뀌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 비중이 아직까지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대표이사 인사 결과를 두고 현대제철 내부에선 반응이 엇갈린다. 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용퇴하는 대신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긴 만큼 정의선 부회장 체제 내에서도 여전히 그의 비중이 클 것"이라며 "계열사 가운데 적잖은 핵심인 현대제철에도 그에 비례한 힘이 실릴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