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도 날개 못펴는 항공주

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운데서도 항공주가 날개를 못 펴고 있다. 내수 부진에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든데다, 저비용항공사(LCC)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항공 수요 양극화에 따른 수혜주에 선별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12일 대한항공은 전날대비 400원(1.26%) 떨어진 3만1300원에 마감했다. 11월 한달 16% 넘게 올랐던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은 이달 들어서는 하락세로 돌아서 약 2% 떨어졌다. 이달 들어 아시아나항공 (10,530원 ▼280 -2.59%)도 5.1% 내렸고 진에어 (13,280원 ▼150 -1.12%)(-9.86%), 티웨이항공 (2,615원 ▼70 -2.61%)(-12.47%), 제주항공 (10,740원 ▼250 -2.27%)(-10.72%)도 부진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10월부터 가파르게 조정받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1월말 배럴당 50.93달러까지 떨어져 월간 22% 급락했다. 10년래 최대 월간 낙폭이다. 이달에도 WTI는 배럴당 51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1월말 배럴당 58.71달러에 장을 마쳐, 월간 22% 추락했다.

유가 하락은 통상 항공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유류비가 항공사 영업비용의 20~30%를 차지해서다. 지난 11월 유가 급락 당시 대한항공을 비롯해 대부분 항공주는 10~20% 급등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여행수요 둔화라는 악재가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LCC들은 국토부의 추가 면허 발급으로 경쟁이 심화될 처지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0월 누계 출입국자수는 3억660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성장했지만, 이는 입국자가 14.1% 증가한 영향이 크다. 입국 수요가 늘면서 출국 수요 둔화가 상쇄된 셈이다. 국내선 수요도 11월 누계로 2.6% 역신장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비용 감소가 온전히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수요가 유지돼야 한다"며 "수요 모멘텀이 위축될 경우 비용 안정화는 오히려 운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업체별 선별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특히 항공 수요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과 티웨이항공 (2,615원 ▼70 -2.61%)에 주목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 항공사별 국제선 여객수송 실적은 대한항공이 162만23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성장해 역신장한 아시아나항공과 대조를 이뤘다. 상장 LCC 중에서는 티웨이항공(23.3%)이 가장 높은 성장세였고, 제주항공(19.9%)이 뒤를 이었다.

정연승 연구원은 "여객 증가율은 신규 기재를 도입하는 항공사와 아닌 항공사 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쟁사 대비 높은 여객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제주항공과, 4분기 4대의 신규 기재를 투입해 공급력을 확대하는 티웨이항공이 긍정적"이라고 봤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항공사 간 탑승률(L/F) 확보를 위한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인만큼 장·단거리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 업체에 주목하라"며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한 미주노선 경쟁력 제고까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