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신념' 병역거부 시민운동가 2심 시작…새 법리 나올까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온 가운데,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오모씨(29)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오씨는 지난 6월 헌재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직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이 열리기 전인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4년 만에 판례를 변경해 '종교·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신앙 또는 신념을 토대로 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전환기'를 맞은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이 아닌 '정치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오씨의 항소심 판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씨 "제대로 신문도 안 해" vs 검찰 "대법원 취지와 달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최규현)는 11일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민운동가 오씨를 상대로 첫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오씨는 '폭력을 확대·재생산하는 군대를 거부하고 평화의 확산을 추구한다'는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과거 공무집행방해죄, 집시법 위반 등을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공동주거침입죄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오씨가 폭력에 반대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가 주장과 같은 양심이 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오씨 측은 "1심은 오씨가 어떤 양심과 신념을 가졌는지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며 '심리미진'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오씨의 법률대리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1심은 오씨에게 집시법 위반 등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양심의 존재를 신빙할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면서 "오씨를 상대로 제대로 된 신문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오씨의 전과는 주로 '최저임금 1만원'이나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된 집회에서 발생한 집시법 위반"이라며 "정치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다가 전과가 발생했다면, 이는 신념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최근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것"이라며 "오씨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기 때문에 별도의 판단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년 1월17일 2회 공판기일을 열고 오씨를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추가 증인신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30일 오전 대구구치소에서 출소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구치소 앞에서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8.11.3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전환기' 맞은 사법부…'정치적 신념' 새 법리 나올까

오씨의 항소심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병역거부 사유가 '종교적 양심'이 아닌 '정치적 신념'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사안은 모두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 판단이후 아직 대법원은 '정치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한 최종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지난달 30일 가석방된 병역거부자 58명도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 지난 6일 대검찰청이 '진정한 양심'을 판단하기 위해 마련한 10가지 판단지침도 그 대상을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씨의 항소심 판결 결과에 따라 새 법리가 세워지고, 더 나아가서 최종심에서 정치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새 판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이 무죄로 본 사안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것 뿐"이라며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판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씨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새로운 법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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