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칼 끝, '앱솔루트 보드카'로

/사진=페르노리카 홈페이지.

행동주의펀드 대표주자인 엘리엇이 프랑스에 첫 상륙했다. 이번엔 칼 끝이 '앱솔루트 보드카'를 만드는 프랑스 최대이자 세계 2위 규모의 주류회사로 향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날 '앱솔루트 보드카', '발렌타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페르노리카(Pernod Ricard)의 지분 2.5%(약 10억유로 규모)를 확보했다고 밝히며, 실적 개선을 위한 경영구조 재편 등 압박에 나섰다.

엘리엇은 이날 성명을 내고 "페르노리카는 경쟁사들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1위 주류회사인 디아지오보다 영업이익률이 5%포인트나 낮다는 게 그 이유다. 엘리엇은 이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 직원, 기술 등 모든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하면 4억5000만유로의 이익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페르노리카의 기업지배구조 개편도 요구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엘리엇이 회사 이사진의 독립성이 떨어져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전했다. 14명의 이사진 중 4명은 오너 일가이고 2명은 10여년 넘게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업체 소속으로 장기간 이사진 자리를 지켜와 견제와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밖에 엘리엇은 실적이 저조한 주류 브랜드를 처리하거나 새로 인수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으로도 보인다.


엘리엇은 특정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뒤 주요주주임을 밝히고 회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압박하는 방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요구사항은 주로 회사 경영자를 바꾸거나, 경영구조 재편을 통한 배당 확대 등이다. 지난 5년간 엘리엇이 행동주의 캠페인으로 흔들기에 나선 회사는 50여 곳이 넘는다. 이중 지난해에만 40%에 가까운 19개 기업이 타깃이 됐다. 활동하는 나라도 12개국이 넘는다.

경제지 포천지에 따르면 엘리엇이 이렇게 전 방위로 기업 흔들기에 나선 것은 2016년 무렵부터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많아지고 헤지펀드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엘리엇의 지분 확보에 프랑스 정부까지 나서 방어 태세를 취했다.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정부는 프랑스 대기업들이 안정적이고 회사의 발전의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주주들을 보유하길 원한다"면서 "그들은 단기간 금융 이익만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가 띄우기의 달인인 엘리엇의 지분참여 소식에 투자자들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페르노리카의 주가는 5.9% 올랐다.

FT는 엘리엇이 프랑스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에는 오너 기업이나 국영기업이 많은 데다가 장기 투자자에겐 차등의결권을 적용해 1주당 1의결권이 아닌 2의결권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엘리엇은 그동안 프랑스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페르노리카 역시 오너 일가가 지분 14.2%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