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거취 14일 결정…과학계 반발 확산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4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관 1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제자 편법 채용, 국가 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신성철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총장 직무정지 요청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과학계 비판이 거세지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장관에게 보낸 서한과 관련 “해당 계약이 미국 법에 의한 미국에너지부(DOE)와 LBNL 규정에 의해 검토·승인됐다고 하더라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해외연구기관과 계약에선 기관 대표자간 계약이 이뤄져야 하는데 신총장의 경우 LBNL의 장비관리책임자와 계약을 체결해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LBNL은 과거 신총장의 DGIST 총장 시절 이면계약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연구소다. 과기정통부가 당시 이 연구소와의 계약을 근거로 신 총장을 검찰 고발하고 직무정지 요구에 나서자 얼마 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DGIST와 LBNL가 체결해 진행했던 용역계약이 DOE와 LBNL 규정을 준수했다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는 LBNL이 DGIST로부터 지급 받은 연구비에 대해 적정한 회계처리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DGIST가 LBNL에 송금한 약 22억원은 기관 간접비로 40% 가량 흡수되고, 나머지는 LBNL 계약직 직원의 급여로 지급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당초 DGIST는 LBNL의 XM-1 장비를 무상으로 쓰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신총장은 관련자에게 XM-1 장비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5년간(2013~2018년) 총 9회에 걸쳐 22억원이 집행됐다. 과기부 관계자는 “계약서 상에는 LBNL 측으로부터 무상으로 장비를 쓰게 돼 있는 데 실제로는 장비 임대료·사용료 명목으로 22억원이 나갔다”며 “이렇게 지급된 금액 중 간접비 등으로 일부가 NBNL에 흡수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신 총장의 제자 임 모 씨 급여통장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당사자 소명없이 일방적 직무정지 요청과 형사고발이 이뤄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DGIST 감사 과정에서 총장 및 관련자 비위 사실이 확인됐고, 공공기관 운영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고발조치 및 직무정지 요구를 했다”며 “신총장은 검찰 고발 이전에 1차 면담, 직무정지 요구 이전 2차 면담 조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 총장 직무정지 요청에 대한 과학계 반발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카이스트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날까지 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사 800여명이 신 총장 직무정지 요청 거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도 과기정통부의 조치에 대해 비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날 신총장 의혹에 대한 과학기술계 반발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에 대해 DIGIST 총장 시절 미국LBNL과의 이면계약, 국가 연구비 횡령 및 제자 편법 채용 등 의혹을 제기하며 직무정지 요청과 검찰 고발을 진행했다.

카이스트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