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카슈끄지 피살, 빈 살만 책임"…사우디 지원 중단 촉구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FPBBNews=뉴스1

미국 상원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또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군사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전체 회의를 열고 빈 살만 왕세자의 책임을 묻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예멘 내전 관련 사우디에 대한 지원 중단 결의안은 찬성 56명, 반대 41명으로 처리됐다.

상원은 이번 결의안에서 "사우디 정부가 사건에 대한 잘못된 진술로 미국과 사우디 간의 신뢰를 해쳤다"며 "(미국이) 카슈끄지 사건의 책임자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사우디는 카슈끄지 암살로 북한과 러시아, 이란과 함께 사악한 국가가 됐다"며 "사우디가 (미국산) 무기를 더 사들여도 우리의 침묵을 살 수는 없다"면서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의회가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부의장인 마크 워너 의원도 "상원은 미국의 도덕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면서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전에 무조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놓고 미국 의회와 백악관의 입장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피살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도널드 대통령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빈 살만 왕세자가 알고 있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어떻든 간에 우리는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며 사우디 옹호에 나섰다.

상원의 이번 결의안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원제인 미국에서는 법안 및 결의안이 공식 발효되려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하원은 지난 12일 사우디 제재 관련 결의안을 올해 말까지 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하는 안을 가결했다. 다만 중간선거에 승리한 민주당이 내년 1월부터 하원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