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 휘말린 셀트리온헬스케어…시장은 낙관론 우세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식거래 정지 조치를 벗어나자 이번엔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가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리며 시장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감리에 나서면서다.


과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장을 앞두고 정밀감리를 받으면서 상장이 늦춰지기도 하는 등 회계처리를 둘러싼 압박을 받은 바 있어 증권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번에 논란이 된 회계처리 절대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투명성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 시각을 보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으로 불똥이 튈 경우 주가 하락 압력이 거세질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유통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전신은 IT(정보기술)회사 넥솔이다. 서정진 회장이 대우그룹에서 퇴사해 벤처기업 창업시 만든 회사였다. 이후 서 회장이 셀트리온을 창업하고 난 뒤 이 회사를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바꿨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그룹의 마케팅 및 판매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은 길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므로 위험 분산 차원에서 회사를 분리한 것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08년 판매권 부여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의 신약이 판매 허가를 받기 이전에 취소 및 환불 불가 조건으로 일정 수량을 매입해야 한다.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은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가 차지하고 있다. 램시마는 지난달 국내 단일 의약품 가운데 최초로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처방액 1조원을 돌파했다.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도 있다. 트룩시마는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Roche)의 오리지널 의약품 ‘맙테라’를 복제한 것이다.

트룩시마는 지난해 2월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뒤 지난 4월 영국에서 첫 판매에 돌입해 2분기 기준 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아 기대감이 크다.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역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계논란 끝나나 했는데…금감원이 살펴보는 대목은=셀트리온그룹은 이같은 사업구조 때문에 과거에도 홍역을 치렀다. 셀트리온의 제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입하는 사업구조 상 매출보다 많은 양의 재고자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회사는 이에 대해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변한다. 항체의약품 특성 상 제품을 판매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고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으로 인한 생산중단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 신약 판매 허가에는 일정수준의 재고약품이 필요하기도 하고 셀트리온의 신약이 해외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이후에 이같은 논란은 일정부분 사그라들었다.

다만 이번에 감독당국이 지적한 문제는 과거 논란과 다소 차이가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국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되팔고 218억원을 받은 뒤 이 돈을 매출로 처리한 것이 분식 회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52억원을 기록했는데, 셀트리온에 국내 판권을 넘기면서 받은 금액을 매출로 처리해 영업손실을 피했는지가 관건이다. 매출로 잡으면 원가가 들어가지 않아 영업이익에 반영되지만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하면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세전이익에 잡힌다. 218억원을 매출로 보느냐 영업외수익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2분기 영업이익의 흑자와 적자가 갈릴 수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제품이 아닌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판권을 매각한 것이 기업의 영업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 중이다.

회사 측은 "국내외 독점판권을 활용해 제약사에 재실시권(Sublicense)을 넘겨 제품을 팔아 수수료를 수령한다"며 "이때 판매권한을 매각하는 영업활동도 이뤄질 수 있으며 실제 일부 유통사에는 특정 권역의 독점판권을 부여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매출로 처리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규모 작아 최악의 상황 가정해도 타격 제한적"=증권가는 만약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회계처리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회사 펀더멘탈에 주는 영향이 적은 만큼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218억원을 매출액으로 인식한 것을 영업외수익으로 변경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가 1조690억원에서 1조472억원으로 2.03% 줄고 영업이익은 125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17.3% 감소한다"며 "투자심리 악화와 실적 부진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대부분 주가엔 이미 반영된 상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가 있었음에도 상장을 유지했다"며 "218억원으로 코스닥 대장주에게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매수 타이밍으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금감원의 감리가 셀트리온까지 확대될 경우 결론을 떠나 감리 기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늘어나 셀트리온 관련주의 주가를 억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