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발표'한 국민연금 개편안…공 받은 정치권 '왜 우리한테?'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 노후소득보장에 무게를 실었다고 하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지금과 같이 유지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가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정부에 비교적인 우호적인 시민단체들도 전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국무회의를 열어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의결한다. 국무회의 의결 후 이번달 말까지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에 나선다.

◇"4가지 시나리오 제시" = 종합운영계획에 담긴 정책조합은 총 4개다. 복지부는 이를 각각 △현행유지방안 △기초연금 강화방안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①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②로 이름 붙였다.

현행유지방안은 지금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소득의 9%를 국민연금으로 낸다는 의미다.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낮춘다. 소득대체율은 소득 대비 국민연금액의 비율이다.

기초연금 강화방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현행대로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2022년 이후 40만원으로 올리도록 설계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을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의 첫 번째는 보험료율을 2021년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인상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2031년에 보험료율 12%를 맞춘다. 소득대체율은 2021년에 45%로 맞춘다.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의 두 번째는 보험료율을 2021년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인상해 2036년 13%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득대체율은 2021년에 50%로 올린다. 말 그대로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가시밭길 예고" = 4가지 시나리오 모두 실현되기까지 장애물이 많다. 현행유지방안은 개혁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기초연금 강화방안은 재정이 부담이다. 기초연금을 2022년에 40만원으로 올리면 국비 20조9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당초 계획보다 5조2000억원 더 많다. 노인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이후 들어가는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한다는 면에서 그나마 개혁안에 가깝다. 그러나 이를 조정하기 위해선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당은 정부안이 나온 직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정부의 꼼수는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사회적인 갈등 뒤에 숨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최근의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는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정치 일정 역시 만만치 않다. 2020년 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인기 없는 정책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4가지 안을 동시에 제시했기 때문에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1~2개 안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될 것이라고 보는데, 이는 국민들 여론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