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시장 다 죽어가는데...월급·지원금 늘리면 뭐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업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가 카카오 ‘카풀’(Car pool)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해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택시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중재안의 실효성이 낮고 수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 등 재원 마련도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의 ‘카풀-택시 상생 중재안’이 나오는 이번주가 이번 카풀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완전월급제’ 중재안에도 택시업계 냉랭=16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은 지난 12일부터 닷새째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풀 전면 중단”을 외치며 천막농성을 벌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사납금제도 폐지 및 완전월급제 도입 등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밝혔지만 카풀서비스가 택시시장 자체를 빠르게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은 “카풀서비스가 도입되면 결국 택시업계는 공멸할 것”이라며 “정부가 카풀서비스 시행을 전제로 중재안을 만들고 있지만 택시시장 자체가 소멸하는데 지원금과 월급이 늘어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법인택시 사업주 모임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도 “완전월급제를 도입하면 회사에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어떻게 정부가 지원금을 마련할지 의문”이라며 “2013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준공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매년 1조9000억원의 국가재정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거부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운행을 ‘1일 출퇴근시간 2회로 제한’한 국토부의 중재안도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우풍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강북지부장은 “현재 서울 택시가 7만대인데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승인한 카풀드라이버(크루)가 5만명을 넘었다”며 “한 명의 드라이버가 다른 앱에도 가입해 운행하면 하루 2회가 아니라 4회, 6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3.6조원 보상금’ 어디서=재정투입 없이도 가능하다고 보는 완전월급제와 달리 개인택시면허 매입은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 면허 매입에 필요한 비용만 수조 원으로 추산된다. 개인택시면허 매입은 영업이 어려운 택시기사에게 출구전략이 되도록 하는 취지도 있지만 택시 공급과잉 상태를 해소해 영업환경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크다.
　
국토교통부의 제3차 택시 총량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적정 택시대수는 19만7904대지만 현재(올 9월말 기준) 운행차량은 법인과 개인을 합해 25만2583대로 5만4679대가 과잉상태다. 법인은 1만8000여대, 개인은 3만6000여대를 줄여야 적정대수에 이른다. 정부 의도대로 개인택시면허를 매입,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면 1대당 1억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3조6000억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개인택시면허 매입은 2015년부터 시행 중인 택시 감차보상제도의 연장선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시세와 비슷한 금액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보상비 중 1300만원은 정부 재정(정부 30%, 지자체 70%)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택시기사들이 모은 출연금으로 충당한다. 정부가 들이는 돈은 전체 비용의 14~16%선이고 이로 인해 택시 감차실적은 미미하다. 보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택시업계 출연금 조성이 부족한 탓이다.
　
예산을 확보해도 택시기사들이 적극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택시면허가 줄면 남은 택시면허의 시장가격은 올라가고 영업환경 개선으로 운행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강경한 노조 속내는=노조의 이번 투쟁목표가 ‘카풀서비스 철수’가 아닌 정부 지원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택시기사들 입장에선 이번에 아무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카풀업체와 택시업계, 정부, 시민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중재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재안이 비공개로 만들어져 통보하는 식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모두 모여야 한다”며 “정부는 당장 거세게 반발하는 택시기사에게 어떻게 보상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월급제’와 ‘감차보조금’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중재안을 내놓기 전에 재원마련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국토부와 택시조합들,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사업자들이 모여 카풀 등 플랫폼사업을 통해 생긴 수익을 택시기사나 택시회사에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