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장→투자·수출활력제고…경제정책 선회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정부가 내년1월까지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한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내년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지원책을 총동원한다.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 인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는 등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정책을 보강하고 수출산업에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이 그간 소득격차 해소와 삶의 질 개선, 사회안전망 확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민간 투자 활력제고, 소비 활성화, 수출 경쟁력 강화 등으로 방향을 선회한 게 특징이다.

경제정책방향 실무를 총괄한 고형권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내년 경제정책방향도 양극화를 완화하고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중시하는 데 일관성이 있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경제활력'에 있다는 게 다른 점"이라며 "시장과 기업의 역할에 좀 더 비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4대 경제정책방향으로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 등을 제시했지만 최우선 정책과제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임을 분명히했다. 정부는 대기업 성장의 '낙수효과'를 부정하는 입장에서 그동안 민간 기업 지원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민간투자가 1.0%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성장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그동안 막혀 있던 6조원 이상 민간 투자에 대해 조기 착공을 끌어내기로 했다.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겠는 방법으로 지원하겠다는 것.

가장 눈에 띄는 게 현대차의 GBC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짓는 GBC는 부지매입비용 외에 3조7000억원이 추가 투자되고, 건설 및 인허가 기간에 7만9000여 명, 준공 후 20년간 113만7000여 명 등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의 규제에 막혀 아직 첫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세 차례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열려 GBC 사업을 심의했지만 모두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 정부는 이번 주 실무위를 다시 개최해 논의하고, 내년 1월까지는 본회의 심의까지 마무리해 주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수도권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1조6000억원)와 2000억원이 투자되는 자동차 직선주행시험로, 5000억원이 투자되는 서울 창동 K팝 공연장도 조기 착공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모든 공공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 6조400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16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기업의 사업 재편과 환경 안전투자 지원을 강화하고 고용·산업위기지역 내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도 확대한다.

정부는 공공인프라 투자도 확대한다. 내년 1분기 중으로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 예비타당성 면제 지원사업을 확정하고 내년 중 사업 착수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회계연도 개시 전에 예산을 배정하고 국고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소비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에도 비중을 뒀다. 승용차를 구입할 때 적용하는 개별소비세율을 지난 7월부터 5%에서 3.5%로 낮춰서 적용해주고 있는데, 종료 시점을 당초 올해 연말까지에서 내년 6월 말까지로 연장한다.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도 올해 11만6000대에서 내년 15만대 수준로 확대한다.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K팝 스타들이 참여하는 'K팝 페스티벌'을 연 2회 개최한다.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총 6조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드·건설·스마트시티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지원을 올해 205조원에서 내년 217조원으로 12조원 확대한다.

아울러 내년 주택시장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등의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 공급하기로 한 주택 26만5000호 가운데 올해 안에 10만호 이상, 내년 6월까지 잔여 물량에 대한 신규 택지 공급을 차진없이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