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 명도소송 시 신의칙 항변 주의보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가 나면 조합원들에 대하여 이주기간을 통지하고 이주절차에 착수한다. 만약 조합원들이 자진하여 이주하지 않을 경우, 이주를 거부하는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통상 명도소송을 제기한다. 조합원들에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과 조합 정관에 의하여 조합에 건물을 인도하고 이주해야만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 그래서 조합이 조합원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면 거의 99% 이상 승소한다.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그런데 최근 조합원들에 대한 명도소송에서 조합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자가 되려는 조합원들에 대한 명도청구에서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이는 법원이 늘고 있어 조합의 주의가 요구된다.

▶‘신의칙 항변’이 도대체 뭐길래
조합은 통상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조합원들의 이주 및 건물철거를 완료한 이후에야 분양계약 체결절차를 진행한다. 그런데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들이 현금청산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분양계약 체결기간 내에 분양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하다.

만약 조합이 분양계약 체결기간도 진행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을 상대로 건물 인도를 청구하게 될 경우, 현금청산을 원하는 조합원들은 아무런 보상금도 받지못한 채 명도소송에 의하여 강제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이 분양계약 체결절차도 진행하지 않고 현금청산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건물 인도를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신의칙 항변’의 주요 내용이다.

▶법원이 신의칙 항변을 인용하는 이유
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은 현금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들에 대한 조합의 명도재판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조합의 청구를 기각시켰다.


먼저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이 정관에 따라서 분양계약체결을 포기하여 현금청산자가 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이상 조합에게는 조속히 분양계약 체결절차를 진행하여 현금청산자를 분류하고 이에 따라 미분양분을 반영하여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여 신속하게 정비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데, 그럼에도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 이후 정당한 이유 없이 수개월 내지 몇 년 이상을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지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또한 부동산에 대한 인도 및 철거가 이루어진 후에 조합원들이 현금청산자가 될 경우 감정평가 등을 통하여 부동산에 대한 정당한 청산금을 산정하기도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조합은 정당한 이유 없이 분양계약절차를 지연시켜서는 안 될 것이며,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에 신속하게 분양계약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분양계약 체결기간 등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도시정비법에 분양계약절차와 분양계약 미체결에 따른 현금청산절차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데 기인한다. 더구나 조합이 정관 규정에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언제든지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조합의 입장에서는 청산금 상당액의 지출이 예상되는 분양계약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특별한 유인동기가 없어 이를 미루게 될 가능성도 높다.

도시정비법에 분양계약 체결기간 및 그에 따른 현금청산절차를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하여 현금청산을 원하는 조합원들과 조합 사이의 갈등을 법률 규정에 의하여 해소하고, 나아가 조합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신속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움글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