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3조 대체투자 구멍뚫려 "인력 공백 후유증"

국민연금기금의 알짜 수익원인 대체투자가 연간 목표액보다 13조원 가량 부족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장기 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체투자는 건당 투자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CIO(최고운용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과 대체투자실장의 판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들 책임자급의 장기 공백 사태로 투자 의사결정이 장애를 일으킨 탓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목표 달성을 위해 밀어내기식 투자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7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잔액은 70조7250억원으로 전체 기금 운용자산(금융부문) 652조7100억원의 10.8%를 차지한다.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상 올해 말 대체투자 목표치인 84조원보다 13조2750억원 모자라는 규모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대체투자 비중을 점차 확대하기로 하고 내년엔 전체 운용자산의 12.7%인 92조6361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연초에도 대체투자의 집행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며 목표비중의 오차 허용범위마저 하향 이탈해 경고등이 켜졌다. 급한대로 지난 8월 영국 런던에 소재한 글로벌 IB(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본사 건물을 11억6000만파운드(약 1조7000억원)에 인수했으나 목표치와 괴리는 여전히 크다.


대체투자는 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 등 주식채권 이외의 영역을 아우르며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기금운용의 핵심 축이다. 실제 국민연금기금의 최근 3년간(2015~2017년) 대체투자 수익률은 평균 8.50%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5~7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자 만기 시점에 적지 않은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기금의 장기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예컨대 2010년 영국 개트윅공항에 지분 1800억원을 투자해 500%를 웃도는 수익을 거두고 있고 2010년 미국의 송유관인 콜로니얼파이프라인 지분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 6~7% 수준의 안정적 수익을 올리며 기금 수익에 보탬이 되고 있다.

대체투자 부진은 전체 기금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투자는 대형 딜(거래)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책임자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1년 넘게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인 점이 부진한 성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최근 해외 대체투자가 경쟁입찰에서 가격을 높게 쓰며 딜을 따내고 있다"며 "다소 무리하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인력 공백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공석인 주식운용실장을 공모 중이지만 대체투자실장 선임 일정은 불명확하다. 안효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대체투자실장 충원과 관련 "(외부 영입과 내부 발탁을) 고려 중에 있다"면서도 연내 선임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기금운용본부는 대체투자실과 해외대체실로 구분한 대체투자 조직을 올해 안으로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사모투자실 등 자산군별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직개편과 함께 내년 초 대체투자 관련 인선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