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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길냥이 쉼터' 가봤더니…불안한 '셋방살이'[개人주의]

[유승목의 개人주의]'어울쉼터' 이전 논란 8개월…새 쉼터에 고양이 스무 마리, 봉사자들 깨끗히 청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입력 : 2018.12.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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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00여년 전 영국의 사상가 헨리 솔트는 "모든 동물은 혈연관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해야 우리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주 금요일, 무심코 지나쳤던 동물의 목소리를 들어 봅니다.
/삽화= 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 임종철 디자인기자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12일 오후, 강동구청 성안별관 옥상은 적막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길고양이 '어울 쉼터'는 텅 비어 있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20여 마리의 크고 작은 고양이들이 놀던 쉼터에는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만 겁 먹은 듯 엎드려 있었다.

옥상에서 자리를 지킨 30여분 동안 인기척은 없었다.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자주 쉼터를 찾던 봉사자와 인근 학생들의 발길은 끊겼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휴식을 취하려는 구청 직원의 방문도 없었다. 차갑게 식은 담배 꽁초 몇 개피만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서울 강동구청 옥상에는 오갈 곳 없는 길고양이가 잠시 머물다 가는 쉼터가 있었다.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뜻의 '어울 쉼터'다. 뜻은 좋았지만 공존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환영 받으며 들어갔던 고양이들은, 2년 만에 구청 옥상을 나와야 했다. 쫓겨난 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르포]'길냥이 쉼터' 가봤더니…불안한 '셋방살이'[개人주의]
◇'동물복지'의 상징 '어울쉼터'
강동구는 전국에서 '동물복지 1번지'로 손꼽힌다. 선진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 최근 수 년 간 강동구의 동물친화 행보는 여러 지자체 표본이 됐다. 2008년부터 10년 간 구정을 맡았던 이해식(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전 구청장이 동물권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인 덕이다.

2013년 전국 최초로 '동물복지조례'를 공포한 이후 강동구는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관공서를 비롯, 곳곳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민원을 줄이는 효과를 봤다. 올바른 반려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해 카페형 유기동물 분양센터 '리본'을 짓기도 했다. 동물 관련 사업과 민원을 전담하는 동물복지팀을 신설해 행정력도 높였다.

'길고양이 어울쉼터'도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다소 파격적이기도 했다. 지난해 2월 공공기관 최초로 청사 뒷편 성안별관 5층 옥상에 길고양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지역 캣맘(길고양이 보호 활동가) 단체인 '미우캣보호협회' 등 봉사자들과 일부 공무원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지난 12일 찾은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 5층 옥상 '어울쉼터'의 모습. 고양이도, 사람의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 12일 찾은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 5층 옥상 '어울쉼터'의 모습. 고양이도, 사람의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사진= 유승목 기자
구청이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과 수의사, 동물단체로 구성된 봉사자들이 청소와 건강 등 쉼터와 고양이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했다. 지역 학생들과 인근 회사 직원들도 봉사활동을 위해 자주 구청을 찾으면서 명소가 됐다. 평균 15~20여 마리의 다치거나 입양이 필요한 길고양이가 머물렀다. 미우캣보호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290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쉼터에서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됐다.

◇공무원 노조 "이제 그만 나가달라"
아무 문제 없을 것만 같던 사람과 동물의 '동행'은 얼마 안 가 삐걱이기 시작했다. 한 해를 넘기자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4월 강동구청공무원노동조합이 어울 쉼터 이전을 요구한 것. 강동구노조는 당장 쉼터를 옮기지 않으면 강제력 행사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사람이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백남식 당시 노조위원장은 "성안별관 옥상은 공무원의 업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휴게 공간"이라며 "고양이 분비물과 악취, 털 날림으로 사용이 불가해졌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일부 공무원은 털 알레르기로 피부병이 생겼고, 고양이에 놀란 직원이 유산을 할 뻔도 했다. 이에 노조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쉼터를 옮길 것을 요구했다.
지난 4월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 '어울쉼터'에 머물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왼쪽)과 지난 6월 강동구청 앞에서 미우캣보호협회의 어울쉼터 이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제공= 뉴스1
지난 4월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 '어울쉼터'에 머물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왼쪽)과 지난 6월 강동구청 앞에서 미우캣보호협회의 어울쉼터 이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제공= 뉴스1
동물단체와 일부 시민은 크게 반발했다. 갈등을 막는데 힘써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님비(NIMBY: 시설이 끼치는 위해 요소 때문에 자신의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꺼리는 것)'현상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 회장은 "봉사자들이 수시로 청소해 위생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고, 피부병이 생겼다는 것도 증명하지 못했다"며 "강동구의 동물복지 정책에 역주행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3선 임기까지 마친 구청장의 업적 깎아내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강동구는 지난 6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쉼터 이전을 결정했다. 이에 지역 캣맘들과 동물단체는 지난 여름 내내 더위를 불사하며 이전을 막기 위해 구청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다른 지역에서 참가하는 시민도 있었다. 강동구의 동물복지 정책을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하는 상황에서 공존의 상징인 어울쉼터 이전은 다른 지역의 동물복지에도 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당장은 셋방살이, 공존은 가능할까
여름 내내 지속된 갈등은 겨울을 맞이하며 일단락됐다. 쉼터는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유기동물구조·분양 시설인 '리본센터' 옥상으로 이전했다. 2주 전부터 미우캣보호협회 관계자 입회 하에 구청 관계자들이 고양이를 2~3마리씩 포획해 현재 약 스무 마리의 고양이가 이 곳으로 옮겨졌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유기동물구조·분양 시설인 '리본센터' 옥상으로 이전한 '어울쉼터'의 모습. 18마리의 고양이가 머물고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유기동물구조·분양 시설인 '리본센터' 옥상으로 이전한 '어울쉼터'의 모습. 18마리의 고양이가 머물고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 19일 찾은 리본센터 옥상에는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 회장이 고양이들 사료를 챙기고 있었다. 구청 옥상에서 옮긴 쉼터시설과 서울시의회에서 지원한 시설 두 채에 고양이들이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커다란 배변모래판을 비롯, 주변 환경은 청결한 상태였다. 악취라고 코를 찌푸릴법 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도 봉사자들이 모여 쉼터 청소를 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쉼터의 상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지만, 김미자 회장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길고양이 복지에 대한 공무원들의 빈약한 인식에 대한 불만이 컸다. 김 회장은 "처음에 이전할 때 휑한 옥상에 쉼터 한 채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사정해가며 다른 시설들을 겨우 설치했다"며 "수도시설도 얼어 쓸모가 없고 난방도 제대로 안된다. 1~3층을 전부 사용하는 리본센터 유기견들과 달리 쓸모 없다는 취급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길고양이 개체 파악이나 생태습성에 대한 고려 없이 '마취총이나 쏴서 옮기라'며 물건 취급을 하고, 담당자는 '아쉬우면 당신들이 하라'며 상처를 준다"며 "반려동물부터 유기견, 길고양이까지 동물과의 공존은 필수가 됐지만, 아직 인식 자체가 부족한 공무원들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유기동물구조·분양 시설인 '리본센터' 옥상으로 이전한 '어울쉼터'의 모습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위). 쉼터 시설에는 동물행동학 권위자 제인 구달 박사가 말한 '인간은 모든 생명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유기동물구조·분양 시설인 '리본센터' 옥상으로 이전한 '어울쉼터'의 모습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위). 쉼터 시설에는 동물행동학 권위자 제인 구달 박사가 말한 '인간은 모든 생명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김 회장은 길고양이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러운 셋방살이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개인 땅에 지어진 리본센터가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 모른다"며 "이곳에 머무는 것도 달갑지 않아하는 것을 보면 언제 또 무작정 나가라고 할지 몰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이정훈 구청장이 이 곳을 둘러보고 가는 등 동물복지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있어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동구청 측도 할 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길고양이는 자생적으로 도심에서 살아가는 동물로 쉼터는 다치거나 유기된 고양이의 입양을 위한 임시 보호소"라며 "어느정도 돌본 후에 입양이나 방사가 돼야 하는데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울쉼터 이슈로 오해가 생겼지만 길고양이의 자생을 돕는 계류장을 만들고 급식소를 유지하는 등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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