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그게 뭐죠?"…인도서 참패한 애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016년 수도 뉴델리에서 만나 애플의 인도 확장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 애플 아이폰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유의 고가 전략이 저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인도 소비자에 외면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인도에서 출하된 아이폰 수는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애플의 시장점유율도 2%에서 1%로 하락했다. 애플이 2018회계연도 인도에서 기록한 매출은 18억달러(약 2조225억원)로 회사 목표치(5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 직원은 "아이폰은 운이 좋아야 하루에 한 대 팔린다"면서 "삼성·노키아·오포의 스마트폰은 열 대 이상 나간다"고 했다. 그는 "2013년만 해도 아이폰이 하루에 80대까지 팔리기도 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300달러 미만의 스마트폰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고가 전략'을 고집하면서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애플은 소수 모델을 고가에 판매하며 성공을 거뒀지만, 인도에서는 이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 따르면 인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95%가 500달러 미만이었다. 하지만 신형 아이폰인 아이폰X 가격은 1000달러부터 시작한다. 2016년 출시된 아이폰7도 인도에서 550달러 선에 팔리고 있다. 통신사 약정할인제도가 보편화하지 않은 인도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소비자 수요 파악 면에서도 경쟁사와 차이가 나고 있다. 인도 소비자들은 긴 통근 시간 때문에 배터리 수명을 중요하게 여긴다. 애플의 경쟁사들은 이에 배터리 수명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애플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WSJ는 "애플이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애플이 인도와 중남미 등의 신흥시장 공략 여부에 따라 애플의 향후 10년 성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 1~3분기 인도의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삼성과 샤오미가 각 25% 이상으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 뒤로 비보, 마이크로맥스, 오포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