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맞수' 롯데 vs. LG…수장교체 2라운드

김교현 롯데 화학BU장(왼쪽)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화학 맞수 롯데케미칼 (99,000원 ▼1,100 -1.10%)과 LG화학 (375,000원 ▼6,500 -1.70%)이 수장을 바꾸고 '2라운드'에 돌입한다. 롯데케미칼은 내부에서 키워온 화학 전문 CEO를 앞세워 진행 중인 대규모 해외투자를 완료하고 수급조절과 시장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와 바이오 등 다각화한 신사업이 산만한 LG화학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구조조정과 조직혁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17일 그룹 화학사업을 총괄하는 화학BU장으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를 선임했다. 김 신임 화학BU장은 중앙대 화공학과를 졸업하고 롯데케미칼의 전신 호남석유화학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롯데맨이자 화학전문가로 평가된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특히 김 내정자는 해외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대표 성과가 롯데케미칼이 2010년 인수한 석유회사 LC타이탄이다. 김 내정자는 LC타이탄 인수부터 지난해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을 주도했다. 롯데의 화학 부문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인수 8년 만에 LC타이탄의 기업가치도 두 배 반인 4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신동빈 그룹 회장도 이 같은 김 내정자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3조원 이상이 투자된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을 내년 초 완공한다. 완공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생산될 제품을 현지 시장에서 원활하게 판매할 역량이 CEO에게 요구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에서는 4조원이 투입되는 복합 석유화학단지를 동시에 건설하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지난달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선임하며 창사 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40대 초반의 구광모 회장이 부임한 이후 대표 계열사인 LG화학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원포인트 CEO 인사를 결정한 것이다.


LG화학 내부에선 일단 신 부회장이 실타래처럼 얽힌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사드 정국 이후 중국 정부가 LG화학을 비롯한 국내업체들에 사실상 보조금 정책을 통해 차별적인 압력을 가하면서 현지 판매가 수월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서 쌓인 재고를 유럽에서 소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LG화학은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중국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짓겠다는 정면승부를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 시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양 사가 다른 승부수를 건 것"이라며 "내년 성적표에서 롯데와 LG 선택의 결과가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