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누구기에…고발조치, 폭로→해명 악순환 멈출까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전직 청와대 감찰반원의 무차별 폭로전이 끝내 검찰고발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19일 전직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검찰수사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청와대는 그의 폭로에 따른 의혹을 "넌센스"라며 이를 보도해 온 언론에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19일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김씨를 고발했다. 고발장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비위 혐위로 원소속기관으로 복귀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중인 상황에서도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전날 김 수사관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무부에 추가 징계를 요청했고 이날 형법에 근거해 고발까지 했다.

이 사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중이던 지난달 28일 공론화돼 한 달 가까이 청와대·여권의 최대악재로 떠올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엔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활동한다. 전자는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공공기관장 등의 비위나 이들에 대한 첩보를 다룬다. 김씨는 이곳 소속이었다. 그는 지난달 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 지인인 건설업자가 국토교통부 공무원에 뇌물을 준 사건의 수사진행 상황을 물었다. 업무 영역을 넘는 부적절한 활동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당일 이를 파악하고 김씨를 업무배제했다. 곧이어 검찰로 복귀시켜 검찰 차원의 조치를 받도록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상황은 갈수록 꼬였다. 특감반원들이 평일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추가 제기됐다. 사실관계에 따라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도덕성에 금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골프 접대의 핵심인물이 김 수사관인 걸로 파악됐다. 이 같은 의혹의 진원지도 김 수사관으로 좁혀졌다. 그는 급기야 이메일 등을 통해 자신이 수집, 보고했다는 내용을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권인사 관련 첩보 때문에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주장을 계속 폈다. 첩보의 내용 중엔 △여권의 전직 총리 아들의 비트코인 투자 내역과 현황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관련 첩보 △은행장 등 민간인에 대한 정보 등이 포함됐다. 이는 민간인 사찰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며 파장이 커졌다.

청와대는 초반엔 검찰에 넘긴 사안이므로 건건이 대응할 수 없다는 기류였다. 그러면서 11월30일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전원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문 대통령은 순방에서 돌아온 4일 임 실장, 조 수석으로부터 심야 보고를 들었다. 조 수석에게 시스템 개선이란 임무를 주면서 사실상 재신임했다. 조 수석은 14일 특감반을 감찰반으로 명칭변경하고, 직제령 개정과 내규 신설 등 시스템을 정비하는 쇄신안도 발표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여권과 청와대를 겨냥한 첩보 내용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조목조목 반박하는 쪽으로 대응 방법을 바꿨다. 초기 첩보는 업무 영역이 아닌 '불순물'도 섞여오기 마련이며 김씨의 주장은 여러 단계로 불순물을 거르기 전의 초기 첩보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간인에 대한 정보도 이런 과정에서 묻어왔을 수 있지만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적 없다고 강력 반박했다.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라고 규정했다. 특히 민감한 첩보 내용을 여과없이 공개,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고발까지 한 이유다. 하지만 김씨의 월권을 제지하지 못한 지휘책임, 민간인 사찰 여부 논란 등 민정수석실 상부는 적잖게 타격을 입었다. 대응과정은 소모적인 공방으로 치달았다.

김 대변인은 19일 공무원 직급상 6급인 김 수사관과 청와대 수석(차관급) 대변인(1급상당 비서관)이 맞서는 구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저라고 그런 문제의식이 없었겠나"라며 "알면서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김 수사관 개인이 아니라 그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때문"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특정 언론 사이에 전선이 그어졌던 걸 인정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고속도로휴게소 커피점 특혜 의혹 첩보에는 언론보도를 베껴 쓴 수준으로 규정했다. 그는 "첩보를 다룬다는 사람이 이런 식의 첩보를 올리고 의미를 부여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