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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청와대가 '6급'에 밀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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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면 본지 대표
  • 2018.12.2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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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지성’ 유발 하라리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 버금가는 걸작이다. 이 책에서 하라리는 인공지능과 바이오 혁명에서 기후변화와 핵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직면한 주요 과제들에 해법을 제시한다. 그중에서 유독 공감했던 내용이 테러리즘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
 
하라리는 테러리즘을 물리적 피해가 아닌 공포를 퍼뜨리는 방법으로 정치 상황을 바꾸려 드는 군사전략으로 규정한다. 테러범은 너무 약해서 독자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고 대신 극적인 광경을 연출해 적을 자극하고, 그들로 하여금 과잉대응에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테러범들은 연극 연출가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테러와 싸우는 사람들도 잘못된 방식으로 과잉대응해선 안 되고, 당황해서도 안 된다는 게 하라리의 주장이다. 거대한 국가권력이 소수의 테러리스트에게 놀아나는 것은 국가가 이성을 잃고 너무 강력하게 공개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테러리즘과 미디어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테러는 그들의 행동을 선전해주는 극장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미디어는 테러 관련 사건을 다룰 때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고 과잉반응을 피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미디어들은 테러를 공짜로 선전해주고, 집요하게 보도하고, 위험을 크게 부풀린다는 것이다. 대기오염 같은 근원적이고 중요한 문제들보다 테러에 대해 보도할 때 뉴스가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우리가 테러범들에게 상상력을 납치당하고 두려움 때문에 과잉대응하면 테러리즘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18년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금 강릉 펜션사고는 물론 경제와 민생 이슈 등을 제치고 가장 뜨거운 뉴스가 돼 버린 청와대와 6급 행정관 김태우 전 특별감찰관(검찰수사관)의 공방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청와대가 밀리는 형국이다. 더욱이 이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적 지지율을 앞질렀다.
 
6급 공무원과 청와대의 공방을 지켜보면서 문득 하라리의 테러리즘에 대한 분석이 떠올랐다. 물론 김태우 전 수사관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그를 ‘의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대단히 치밀하고 정교하게 언론 플레이를 하고 미디어가 그의 주장을 크게 선전해주고, 집요하게 보도하고, 위험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현실은 테러리즘에 대한 하라리의 분석과 일치한다.
 
청와대가 하위직 공무원 한 사람의 손에 놀아나 이성을 잃은 나머지 공개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점도 너무 똑같다. 청와대 대변인이 6급 수사관의 폭로에 과잉대응해 스스로 급에 맞지 않는 대치전선을 만들었다며 뒤늦게 발을 빼긴 했지만 국민소통수석은 김태우 전 수사관을 향해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까지 비난했다.
 
하라리는 테러리즘에 상상력을 납치당하지 말고 침착하고 균형 있는 대응을 하면 테러리스트가 발붙일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아울러 테러와의 전쟁에 돈과 시간, 정치자본이 투입되느라 지구온난화와 같은 근원적 문제들에는 소홀하고 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청와대는 골프접대와 경찰조사 개입 등으로 쫓겨나 검찰조사를 받는 하위직 공무원에게 상상력을 납치당하지 말고, 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휘둘리지도 말아야 한다. 대신 현안이자 본업인 민생 챙기기와 경제 살리기에 전력하고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다. 야당의 주장대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했는지는 검찰이 밝힐 것이다. 격앙하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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