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올해 재산 30% 날려…전세계 부호 재산 575조 '증발'

연초만 해도 상승세를 보이던 전 세계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전 세계 최고 부자 500인의 재산도 5110억달러(약 575조원) 가량 증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1년 동안 재산 6조3000억원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분석해 전세계 부자 500인의 순 재산이 하반기 증시 약세장으로 인해 5110억달러(약 575조원)가량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미 연방정부 셧다운 공포와 미중 무역협상 우려에 미 증시가 1.8%가량 급락하면서 이들의 재산은 총 4조7000억달러(약 5285조원)까지 줄었다. 연초만해도 5조6000억달러(약 6300조원)까지 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하락세는 2012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연간 기준으로 두번째다.

전세계 500인의 억만장자 중 173명의 미국 부호들은 1년새 재산이 전년대비 5.9% 감소한 1조9000억달러(약 2137조원)을 기록했다.

/AFPBBNews=뉴스1

전체 1위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지난 9월까지 순 재산 1680억달러(약 189조원)를 기록, 올들어 재산이 690억달러나 늘었지만 4분기에 접어들며 530억달러가 증발해 순 재산가치 1150억달러(약 129조원)를 기록했다. 그가 3개월새 잃은 530억달러는 미국 델타항공이나 포드 자동차 시가총액보다도 큰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재산이 16.2% 증가해, 상위권 부호 중 홀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1년새 재산이 3%(28억달러) 감소한 890억달러(약 100조원)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고,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7.5%(64억달러)가 줄어든 789억달러(약 89조원)로 뒤를 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올해 가장 많은 재산을 잃은 부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파동 등으로 올해 내내 논란을 빚은 그는 1년새 재산이 31.7%(231억달러)나 감소하면서 재산이 497억달러(약 56조원)를 기록했다. 미국내 부호 4위이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128명의 부호를 보유한 아시아에선 올해 이들의 총 재산이 1440억달러(약 162조원) 사라졌다. 이 중 40% 이상은 최소 수십억달러의 재산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부호 중 재산을 가장 많이 잃은 3명 모두 중국인이었다. 이중 1등은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으로 111억달러(38.8%)의 손해를 봤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AFPBBNews=뉴스1

이건희 삼성 회장도 1년새 재산이 크게 감소했다. 이 회장은 그간 재산가치가 26.9%(56억달러·6.3조원) 줄어들어 순 재산가치 153억달러(약 17조2000억원)을 기록, 아시아 랭킹 1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부호 1위는 얼마전 1억달러짜리 초호화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으로 재산이 432억달러(약 49조원)에 달했다. 2위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로 재산이 23.1% 줄었지만 350억달러(약 39조원)로 집계됐다. 이밖에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도 부호들의 재산이 10~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술, 유통, 제조업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부호들의 재산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한해 상승세를 이끌었던 기술주는 베조스 창업자의 재산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550억달러의 재산 손해가 발생했다. 이밖에 유통은 750억달러, 제조업 부분은 79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