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재발견-화해의 새출발 '평화투어' DMZ평화를 걷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지난 30~40년간 DMZ(비무장지대)는 땅굴이나 전망대를 둘러보며 전쟁의 상흔을 찾는 안보관광이 주였다. 안보관광은 ‘안 보는 관광’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DMZ는 슬프면서도 지루한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평화관광'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고 평화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산책한 판문점 인근 도보다리도 빼놓을 수 없다. 마구 자란 나무들과 풀벌레가 또하나의 조화를 이룬 DMZ를 평화 관광, 평화 교육의 현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상징과 같은 곳으로 그곳으로 향한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청년예술가와 함께하는 DMZ, 평화의 길을 걷다' 종주 행사 참가자가 고성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깃발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쟁 폐허→생물 다양성 보고=DMZ는 1953년 휴전협정에 따라 휴전선에서 남과 북으로 2㎞씩 물러난 지역이다. 남쪽은 경기 파주에서 강원 고성까지 한반도 허리 248㎞를 가르는 축이다. 병력도 배치하지 않은 출입통제구역으로 60년 넘게 자연생태 그대로 보존됐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 철원군 생창리 DMZ 생태평화공원이다.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십자탑 탐방로'와 '용양보 코스' 등 탐방코스가 개발됐다.

또 다른 DMZ 내 생태관광지로는 휴전선 중심부 두타연 등 강원도 양구 DMZ가 있다. 이곳은 해안면에 위치한 해발 400∼500m 고지대에 발달한 분지로 주변이 마치 화채(Punch) 그릇(Bowl) 같다고 해서 이름 붙은 '펀치볼'이 유명하다. 해발 1304m의 대암산 정상에 있는 남한 유일의 고층습원 '용늪'(천연기념물 제246호)도 수천 년의 생태계 변화를 간직했다.

양구군 펀치볼 마을 전경(위)과 철원군 DMZ 생태평화공원./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쟁의 아픔을 문화예술로 치유=DMZ가 형성된 경기, 강원 일대에선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예술 축제가 수년 전부터 개최됐다. 2011년부터 열린 '연천 DMZ 국제 음악제'가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10월27~28일에는 경기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복합문화예술축제 'DMZ 탈바꿈 평화한마당'이 개최됐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평화와 소통, 생명의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DMZ가 축제의 장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2009년 시작됐다. 1999년부터 경기 연천 일대에서 열린 '민통선 예술제'는 2015년부터 'DMZ 국제 예술제'란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레거시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DMZ 아트페스타'는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였다. 6월에는 'DMZ 피스트레인(Peace Train·평화 열차) 뮤직페스티벌'이 첫발을 내디뎠다. 10월엔 산악인 엄홍길 대장 등 100여명이 참가하는 '청년예술가와 함께하는 DMZ, 평화의 길을 걷다' 종주행사가 진행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2019년에는 기존 진행된 예술제들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음악, 영화, 연극, 국악, 미술, 춤, 시각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지역 예술과 연계한 행사와 남북 예술인이 함께 만드는 축제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6월23일 열린 '제1회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중 노동당사에서 공연하는 가수 선우정아(위). 지난해 10월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DMZ종주 행사 참가자가 DMZ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사진제공=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한국관광공사

◇발길에 스며드는 한반도 평화=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온몸으로 평화 분위기를 느껴볼 수도 있다. 강화에서 고성까지 2021년 완공을 목표로 10개 시·군에 조성 중인 평화누리길(총 551㎞)은 자연, 생태, 역사, 문화, 안보 등 지역별 테마로 구성됐다.

김포의 평화누리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분단의 철책을 눈으로 볼 수 있고 고양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국내 유일 습지(장항습지) 주변으로 자전거를 타기 좋다. 화천에선 여름(다슬기)과 겨울(산천어)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며 양구에서는 사계절 다양한 종목의 체육대회가 열린다.

내설악 절경을 볼 수 있는 인제, 맑은 날에는 금강산을 보고 동해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고성까지 지역별 코스를 다양하게 조성 중이다. 평화누리길 걷기여행, 평화 통일 마라톤 대회, 자전거로 DMZ를 질주하는 평화누리길 퍼레이드, 사진 공모전,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도 곳곳에서 열린다.

DMZ와 인근 접경지역의 관광 자원을 활용해 한국판 산티아고길인 'DMZ, 통일을 여는길'(가칭)도 조성될 예정이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인천 강화군에서 강원도 고성군까지 이어지는 약 456km 도보길 조성계획을 밝혔다.

도라산 전망대(위)와 제3땅굴. /사진=파주시

◇잊지 말자, 기억하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생태평화 관광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쟁과 아픔의 역사를 제대로 보존하고 계승해야 한다. 안보관광 코스가 잘 짜인 양구 DMZ에선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 코스의 인기가 높다. 제4땅굴에선 전동차를 타고 내부를 관람할 수 있으며 을지전망대에선 내금강의 4개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다.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한 도라산 전망대를 둘러보는 파주 안보관광코스도 유명하다. 경의선 남쪽 최북단역인 도라산역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망원경을 통해 개성시 변두리와 김일성 동상 조망이 가능하다. 제3땅굴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강원 철원군은 백마고지역과 고석정역 등에서 출발해 제2땅굴·평화전망대·월정리역·월정리두루미관 등을 둘러보는 안보관광코스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