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 이어 모바이크도 흔들? 창업자 떠나고, 30% 감원

지난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중국 공유 자전거 업체 모바이크 창업자 후웨이웨이가 이탈리아 진출을 기념해 직접 공유 자전거를 홍보하고 있다. 모바이크는 지난 4월 중국 최대 음식배달서비스 업체 메이퇀-뎬핑에 인수됐으며, 후 창업자는 지난 23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회사 설립 3년 11개월만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모바이크 웹사이트

중국 최대 공유 자전거 업체 오포가 파산 위기에 처한 데 이어 2위 업체 모바이크까지 흔들리고 있다. 창업자가 갑자기 회사를 떠났고 대규모 감원도 진행 중이다.

모바이크 창업자인 후웨이웨이는 지난 23일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개인적인 이유로 최고경영자(CEO)직을 사임하고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회사 설립 3년 11개월 만이다. 후임으로 류위 대표가 결정됐지만 모바이크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쟁업체인 오포가 자금난으로 보증금 환급까지 미루는 상황에서 창업자가 갑자기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모바이크는 최근 전체 직원의 20~30%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시작했다. 지난 4월 모바이크를 인수한 메이퇀-뎬핑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재무, 인사 등 기존 인력과 겹치는 부문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메이퇀은 "정상적인 업무 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 경제매체 화샤(華夏)시보는 "공유 영역의 거성 오포가 몰락한 가운데 메이퇀에 흡수된 모바이크도 발전의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 출신인 후웨이웨이와 미국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중국 사업 담당이던 왕샤오펑 등이 설립한 모바이크는 불과 2년 만에 중국을 대표하는 공유 자전거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쟁 격화로 하루 평균 적자 규모가 25억원에 달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해지자 결국 중국 IT(정보통신) 대기업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메이퇀에 매각됐다. 매각가는 27억달러(약 3조원). 류 신임 CEO는 "감원과 감축으로 수익률을 높이겠다"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바이크가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 메이퇀에 인수된 후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였고, 자전거 공급 대수가 900만대로 오포(1500만대)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중국 정법대의 리준휘 교수는 "공유 자전거는 단거리 이동 수요가 확실해 출혈 경쟁만 없다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교수는 "일각에서 오포의 사례를 들어 공유 경제가 몰락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공유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시장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 보증금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당국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포나 모바이크와는 달리 급성장하는 공유 자전거 업체도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지원을 받는 헬로바이크는 후발 주자였지만,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9월부터는 공유 자전거와 차량, 지하철 등을 연계하는 종합 교통서비스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매체 챠오바오왕은 "헬로바이크는 하루 평균 이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고, 보증금 규모도 320억위안(약 5조2200억원)에 이른다"면서 "공유 자전거 업계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배경에는 자금 부족, 창업가의 경영 관리 문제, 대규모 적자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