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밀려 파산한 美백화점의 '부활'

지난 10월 126년 역사의 미국 백화점체인 시어스는 매출 부진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AFPBBNews=뉴스1

"백화점은 원래 매장이 클수록, 파는 제품이 다양할수록 유리했다. 하지만 아마존보다 더 많은 제품을 진열할 수 있는 백화점은 이제 없다."


미국에서 백화점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통 유통업계 강자였지만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시장을 내주며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내 백화점의 소매업 점유율은 지난해 1.58%를 기록했다. 20년 전인 1998년 5.54%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지난 10월 126년 역사의 백화점 체인 시어스가 파산하자 미 언론과 경제학계에선 '소매점의 종말'이 왔다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들이 새출발에 나섰다. 올해 4월 파산하며 미 전역의 매장을 닫은 카슨스 백화점이 대표적이다. 카슨스백화점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지난달 일리노이주 에버그린파크에 다시 문을 열었다.

기존 모습으로 연 것은 아니다. 쇼핑공간을 기존의 4분의 1로 대폭 줄였고 나머지 공간은 전자상거래 운영을 위한 창고로 바꿨다. 또 수입품 비중을 줄이고 국내 브랜드 입점을 늘려 2주마다 상품 구성을 빠르게 바꿨다. 고객 정보를 분석해 의류 등 팔리지 않는 품목은 반으로 줄였다.

마진을 높이기 위해 금융상품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계산대에서 백화점 고객에게 자동차 보험상품을 추천하고 가입하면 백화점 할인쿠폰을 주는 식이다. 카슨스 백화점 측은 "지금까지 고객의 8%가량이 우리가 추천하는 보험상품 가입에 응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객의 이름과 취향 등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정규직 직원만 채용한다.


백화점 업계 신흥주자인 '네이버후드굿즈'는 지난달 텍사스주 플레이노에 '스토리가 있는 백화점'을 열었다. 고객들은 백화점 내에 있는 바, 레스토랑, 갤러리 등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와인잔을 들고 마시면서 갤러리를 둘러본 후 마음에 드는 그림을 구매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음식이 담긴 예쁜 그릇을 살 수도 있다. 고객이 백화점 앱을 통해 사고 싶은 물건을 신청하면 직원이 해당 제품을 가져다준다.

모바일커머스플랫폼업체인 GP쇼퍼의 마야 미하일로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전자상거래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는 방법은 맥락적 상거래(contextual commerce)"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