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라크 왜 갔나?…"세계경찰은 안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부대인 바그다드 서쪽 안바르에 위치한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해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분쟁지역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찾은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기지를 방문한 것은 전 세계에 위치한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자신의 정책을 옹호함과 동시에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16분쯤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해 3시간30분여 동안 머물렀다. 멜라니아 여사와 참모진, 기자단들도 함께했다.

워싱턴이그재미너와 로이터 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시리아 주둔군 철수와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감축 결정을 옹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및 감축 결정이 나온 이후 그의 분쟁지역 방문과 관련한 추측들은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분석대로 방문 중 가진 연설에서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끝낼 것을 시사했다.

그러며면서도 그는 "우리가 모든 짐을 지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다른 국가들이 자신들의 보호에 우리와 우리의 엄청난 군대를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미군) 전 세계에 퍼져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도 우리 군은 가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의 임무는 처음부터 IS의 군사 거점을 제거하는 것이었다"며 "영구적인 주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국가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에 남아있는 IS 세력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막바지에 이뤄진 이번 방문에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증시 폭락 등 혼란한 국내 상황을 국외 이슈로 해소하려는 배경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병력 감축,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기 경질 등 혼란한 날들을 보낸 뒤 긍정적인 뉴스를 찾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셧다운 중에 방문한 이유와 관련한 질문에 "앞서 몇 차례 준비했었지만 사전에 계획이 노출되면서 보안상 이유로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분쟁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을 방문하라는 여론의 압박도 이번 방문에 영향을 미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방문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분쟁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방문하라는 국내 여론의 압박이 수 개월 간 계속된 결과"라고 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벗어나기를 꺼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특히 지난해 1월 취힘한 후 분쟁지역에 위치한 주둔한 미군은 방문하지 않아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 대통령이 분쟁지역에 주둔 중인 군대를 방문해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은 9·11 테러 이후 수년간 이어진 전통이다. 미국은 현재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라크에 약 52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이러한 점에 주목,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미군기지를 방문해 병사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며, 사인을 해주는 등의 모습이 지도력을 좋게 보이도록 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 목적에는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도 포함되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시리아에서 철군을 결정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마흐디 총리와의 회담은 취소되고, 전화통화로 대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부대인 바그다드 서쪽 안바르에 위치한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해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분쟁지역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찾은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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