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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숙의와 사회적 합의 통한 노동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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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18.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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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에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라는 거인이 나그네를 집에 데려와 철로 만든 침대에 눕히고는 다리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침대 길이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 버렸다는 얘기가 있다.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에 빗댈 때 자주 쓰인다.

정부는 내년에 굵직한 노동 관련 법제도 개정을 예고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중 하나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연장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안으로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의 폐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연상된다.

제품 출시가 임박하거나 계절적 수요 급증 등 원인에 의해 기업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그간 단위기간이 짧아 운영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돼왔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론이 여전히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임금보전 문제가 언급돼야 한다.

보전된 임금이 유효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만 인상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으니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일면에서 소득을 주도하지도 않고, 주도된 소득이 성장을 이끌지도 않는 정책이다.

정부도 단위기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 경제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보이겠다고 밝힌 만큼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연장을 포함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개정을 통해 기업경영에 활로를 뚫어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물론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어 그 진척을 낙관할 수 없지만 정부는 개정 작업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아울러 일을 하지 않고 노조 활동만 하는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률 규정은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얻어 입법·정착된 제도다.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취지와 노동조합의 자주성 확보에 필수적이며, 현행법의 노동시장 행동자들의 행동규율에도 합당하다. 대법원 판결도 최소한의 지원만을 부당노동행위가 아닌 것으로 본다.

게다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은 어떤 면에서 보면 사용자가 은밀하게 임금지원을 하면서 부당노동행위를 하도록 유혹하는 측면이 있다. 복수노조가 있고 강성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협조적이며 우호적인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원하면서 강성 노조를 소수 노조로 전락시킬 수단으로 활용할 소지도 있다.

이에 따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노조의 결사와 단결의 자유를 확립하고자 하는 ILO 협약 비준과는 무관하게 전임자들도 먹고 살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숙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정책은 하자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노동정책을 시류에 편승해 성급하게 입안·시행해선 안 된다. 특히 노동시장 내 게임룰은 공정해야 하며, 정부의 일방적 편들기식 노동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이탈을 부추긴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기고]숙의와 사회적 합의 통한 노동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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