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에 증권 준하는 규제해야"..투자자보호·블록체인 장려

증권에 준하는 ICO(가상통화공개) 규제가 투자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장려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ICO 규제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ICO에 대한 투자 과열과 사기 등이 증가하면서 주요국들은 ICO를 통해 발행된 가상통화의 성질이 증권에 해당할 경우 기존 증권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같이 밝혔다.


ICO를 통해 모집된 금액은 지난 2013년 누적 8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0억달러,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137억달러(약 15조3000억원)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ICO는 자금모집에 대한 규제나 중개기관 이용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적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 블록체인 기반 사업의 초기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투기 과열로 홍역을 앓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ICO를 금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각국은 ICO를 통해 발행된 가상통화의 성질이 증권에 해당할 경우 기존 증권 발행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특히 미국은 가상통화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하거나 가상통화가 유통되는 생태계 조성을 약속하는 경우 해당 가상통화를 증권으로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금융당국은 이더리움재단이 만든 펀딩 시스템 다오(The DAO)와 음식 리뷰 및 소셜 네트워킹 앱인 먼치(Munchee)의 ICO가 자금 지원에 따른 수익을 회수하는 투자로 광고됐고 수익이 경영상 노력에 크게 의존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투자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반 투자자 다수에게 대량으로 공모하는 증권형 ICO는 증권 발행과 동일한 등록 및 보고 의무, 공시 규제 등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자가 전문투자자로 한정되거나 미국 외 지역에서 발행하는 경우엔 증권법 면제조항을 적용해 규제 수준을 완화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에도 금액이 크지 않을 경우 소액 공모나 크라우드펀딩 수준의 완화된 규제를 적용한다.

일각에서는 ICO와 증권 발행을 동일하게 규제해 ICO를 통한 자금 모집 유인을 떨어뜨려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ICO에 따른 편익이 충분하다면 높은 규제에도 발행자는 ICO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 투자회사인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 가상통화 거래 플랫폼 개발회사인 티제로(Tzero) 등 최근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가상통화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 금융시장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자금모집자가 아닌 ICO의 기술적 특성을 이용해 수익을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 개발자가 ICO를 실시하게 돼 양질의 프로젝트가 개발되도록 장려하는 효과가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