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알바생 실종' 곳곳 셀프, 영화표 검사도 안해

지난달 31일 서울시 구로구의 뷔페 프랜차이즈 애슐리클래식 신도림홈플러스점에서 식사를 마친 손님이 셀프 퇴식구에 식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서민선 인턴기자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하루 앞둔 2018년 12월31일 점심시간. 뷔페 프랜차이즈 애슐리클래식의 서울 구로구 한 매장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이하 알바생)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식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이 '셀프'였다.

식사하려는 소비자는 매장 앞에 설치된 기계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대기 번호를 받았다. 직원의 안내 없이 자신의 테이블을 찾아 앉고 샐러드바를 이용했다. 다 먹은 식기 정리도 이용자의 몫이다. 매장에 근무하는 단 3명의 알바생은 퇴식구를 비우거나 테이블을 청소하는 등의 업무만 처리했다.


초유의 '시급 8000원대' 최저임금 현실화로 현장의 알바생들이 사라지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못 이긴 유통업계와 자영업자들은 매장마다 손님을 대면하는 알바생을 무인주문계산대(키오스크)로 대체하는 등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1일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적용되는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으로 전년 대비 10.9% 늘어난 액수다. 월급 기준(주 40시간 기준·주휴시간 포함 월 209시간)으로는 174만5150원이다.

최저임금이 2년간 29.1% 치솟자 업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분식 프랜차이즈 마포만두 본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들은 직원이 아닌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인건비가 상승해 매장 인력을 기존 5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대신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은 이미 절반 이상의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맥도날드는 전국 440개 매장 중 220여곳, 롯데리아는 1350곳 가운데 825곳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국내 대표적인 키오스크 업체인 트로스시스템즈는 지난해 주문량이 2017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매출액이 전년(30억원) 대비 2배 성장한 60억원대를 기록했다. 트로스시스템즈는 KFC, 버거킹, 김가네 등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에 키오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이마트를 찾은 손님들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이영민 기자

영화관에서 표를 검사하는 알바생들도 사라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북지역 한 CGV 영화관에는 주말임에도 표를 확인하는 알바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멀티플렉스 업계는 알바생이 일일이 극장에 들어서는 손님들의 표를 확인하는 대신 IT(정보기술)를 활용해 검표하는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9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발표가 있던 지난해 8월 이후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 고용 감소 폭이 커졌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사업장 1204곳 중 16.9%가 직원을 감축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와 소상공인의 급격한 인력 감축은 생존수단으로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연달아 급격하게 올랐는데 자영업자가 일반적인 이율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자영업자들이 무인화하는 것은 돈을 더 벌려는 방안이기보다는 생존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무인화 고민을 가속화 했다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알바생 등 가장 하층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업 안전망을 통해 보조하거나 비숙련 노동자들이 숙련 노동자로서 노동층 내에 자리 잡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