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오비코리아, 해 넘긴 원화 거래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자료제공=후오비코리아

중국계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사이트 후오비코리아가 원화 거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시스템 개선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명확인 서비스가 불가능해지면서 원화 거래 시기를 내부적으로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후오비코리아는 지난 1일부터 신년 맞이 및 원화 거래 오픈을 기념해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후오비코리아는 아직까지 원화 거래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후오비코리아는 중국을 기반으로 전세계 3대 거래사이트로 성장한 후오비가 해외에 처음으로 낸 법인이다.

후오비코리아는 당초 지난해 12월 중순 원화 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차일피일 오픈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 후오비코리아 관계자는 "원화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거래 오픈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오비코리아는 당초 원화 거래시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실명확인계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현재 실명확인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NH농협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은 물론 실명확인계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가상자산 거래에 관심이 많은 케이뱅크 등과 논의했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말 검찰이 업비트가 4조2000억원 상당의 가장매매와 254조5000억원 상당의 허수주문 등 가산자산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후오비코리아를 비롯해 거래사이트와 거리를 더욱 두고 있다.

후오비코리아는 실명확인계좌 서비스가 불가능하면 법인계좌를 사용해 원화 거래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법원이 코인이즈가 농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계좌의 입금정지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은행은 더 이상 법인계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를 막을 수 없게 됐다. 이후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들은 법인계좌로 원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후오비코리아가 원화 거래 오픈을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후오비코리아는 지난해 원화 거래에 앞서 본인 인증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실명 인증 가입자를 대상으로 후오비그룹 임원과 저녁 만찬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필요는 있지만 원화 거래 오픈 기념 이벤트만 진행하고 실제 원화 거래를 시작하지 않는 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