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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사기범죄율 1위 한국…'OO'하면 당한다

[사기공화국-오명을 벗자 1](종합)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안채원 인턴기자, 황국상 기자 |입력 : 2019.01.04 06:30|조회 : 1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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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사기범죄율 1위'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언론에는 각종 사기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온다. 한국은 어쩌다 사기공화국이 됐을까? 각종 사기 사건들을 통해 진화하는 사기꾼들의 사기 수법과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하는 이유 등을 분석해 사기 범죄와 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아본다.


한국은 어쩌다 사기범죄 1위 국가가 됐나



[사기공화국-오명을 벗자 1-①] 100명 중 1명은 사기당해…신종 사기 수법에 고소·고발 급증까지
[MT리포트] 사기범죄율 1위 한국…'OO'하면 당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피해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지난달 28일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할머니의 이웃 정모씨가 이자로 돈을 불러주겠다며 4000만원을 빌려갔지만, 18년째 받지 못하고 있고 ‘본인도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며 할머니와의 만남조차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속앓이만 하던 이 할머니가 이같은 사실을 나눔의 집 측에 알리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물론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는 단연 절도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사기 범죄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8 범죄현황'에 따르면 한국도 2014년까지는 절도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5년 사기 발생 건수가 25만7620건을 기록하며 절도 발생 건수(24만6424건)를 앞질렀다. 이후 2017년 사기 발생 건수는 24만1642건으로 18만4355건 발생한 절도와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2018 사법연감’ 역시 결과는 같다. 2017년 형사공판사건 1심 접수 건수 26만2815건 중 ‘사기와 공갈의 죄’로 기소된 사건이 4만10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사기 범죄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3년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 1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같은 인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에서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형사정책연구원의 ‘2016 전국범죄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14세 이상 국민 10만명 당 1152.4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100명 중 1명은 사기를 당한 셈이다.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은 “사기 사건의 대부분은 고소·고발로 이뤄지는데 2010년 이후 사기 고소가 수월해진 면이 있고, 2012년 이후 중고 거래 등 전자상거래 관련 사기 사건이 급증했다”며 “인터넷 등을 통한 신종 사기 사건과 고소·고발이 늘어난 점이 사기 범죄율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8 범죄현황'에 따르면 2011년 1만건이 채 안되던 전자상거래 관련 사기는 2012년 2만2000여건으로 늘더니 2014년에는 4만3000여건까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윤리 의식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 세태 역시 사기 범죄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전국 초·중·고등학생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청소년 정직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들은 ‘범죄의 대가로 10억원을 받는다면 1년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37.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긍정적인 답변이 54.7%에 달했다. 서울의 한 경찰은 “1년만 감옥에 살면 10억이 생긴다고 하면 누구나 유혹을 받지 않겠느냐”며 “청소년들의 인식조차 이런 상황이니 사기 사건이 줄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도 사기범죄율이 높은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민사의 형사화’다. 민사 문제로 해결해야 할 사건들을 형사 문제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민사 문제에 국가가 과도하게 형벌권을 동원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국민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사기다.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다고 다 사기는 아니다. 사기죄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을 속여 돈이나 물건 등 재산상 이익을 얻어낼 때 해당된다. 방점은 ‘속여서’에 찍힌다. 단지 돈을 빌렸다 사정이 안돼 갚지 못한다고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애기다. 이 경우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받아내기가 어렵다보니 채권자가 채무자를 사기로 고소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적잖다.

김 단장은 “사기 사건이 고발 사건 중 1위인데, 실제 사기를 많이 치기도 하고 고소·고발이 많이 이뤄지는 면도 있어 반반 정도로 보인다”며 “일단 검찰에 고소를 하면 검사가 알아서 해주는 것이 있으니 변호사가 형사 고소를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사 기관이 나서면 각종 증거들을 찾아내기쉽고, 이를 근거로 민사 소송을 걸 경우 재판에서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의 가장 큰 해악으로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영헌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수사과장은 저서 ‘속임수의 심리학’에서 “수사 현장에서 만나는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부유한 사람보다 돈이 궁한 사람들”이라며 “돈에 굶주린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또 “속임수가 무서운 것은 욕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욕심이 생기게끔 만들기 때문”이라며 “욕망에 사로잡혀있지 않더라도 예상치 못한 속임수에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종훈 안채원 기자


전체 사기범 4명 중 1명은 '무직자', 꾼들의 수법



[사기공화국-오명을 벗자 1- ②] 대검 '2018 범죄분석', 형사정책연구원 범죄피해조사에 나타난 '사기범죄'
[MT리포트] 사기범죄율 1위 한국…'OO'하면 당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기 범죄자 4명 중 1명은 ‘무직자’ 신분이었다. 자영업자, 학생, 주부 등의 범죄자 비중도 높았다. ‘그럴듯한 말솜씨’를 통한 사기 범행이 가장 흔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8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사기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이들은 주로 ‘40~50대 남성’이었다. 전체 24만1600여건의 사기범죄 중 검거된 사기 범죄자의 77.9%는 남성인 반면 여성 범죄자 비중은 22.1%에 그쳤다. 사기 범죄자를 연령대 별로 보면 41~50세가 26.1%로 가장 많았고 51~60세가 24.7%로 뒤를 이었다. 20대(18.2%), 30대(18.5%)나 60대 이상(9.6%)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직업별로는 전체 피의자 22만3000여명 중 일반 회사원 등 피고용자 신분으로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5만51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자(5만600여명) 전문직(7000여명) 공무원(500여명)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무직자 신분으로 사기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5만3000여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사기범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학생(1만9000여명) 주부(2900여명) 등도 주요 피의자 분류에 꼽혔다.

지역별로는 인구에 비례해 사기범행도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전체 사기 범죄 24만1600여건 중 서울에서 발생한 건수가 5만2000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1만5800여건) 인천(1만2000여건) 대구(1만800여건) 등이 뒤를 이었다. 대전(6800여건) 광주(6700여건) 울산(5300여건) 등은 1만건을 밑돌았다. 시기별로는 1월부터 12월까지 평균 2만여건의 사기범행이 발생했다. 시기적인 특성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체 사기범죄 중 ‘기타 유형’(44.6%)을 제외하고 ‘매매를 가장한 사기’(23.2%)가 가장 흔한 수법으로 조사됐다. ‘가짜를 진짜로 속이는 경우’(16.8%) ‘차용 관련 사기’(10.3%) 등이 뒤를 이었고 ‘모집 사기’ ‘알선 사기’ ‘부동산 사기’ 등의 비중은 1~2% 선에 그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2017년 말 발간한 전국범죄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그럴듯한 말솜씨’로 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가 58.3%(중복응답 포함)로 가장 많았다. 범죄자의 말솜씨에 의해 피해를 본 이들은 2012년 43.3%에서 2014년 51%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원은 전국 6960개 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226개(3.3%) 가구의 범죄 피해를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인터넷 쇼핑몰 등 가상 공간을 활용한 사기에 당한 이들의 비중도 2012년 13.6%에서 2016년 23.55%로 높아졌다. 인터넷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쇼핑 등 활동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인터넷 등 상점에서의 거래 관련 피해의 유형으로는 △결제를 했음에도 물건을 받지 못한 경우 △가짜 상품을 진품으로 알고 속아서 산 경우 △공짜나 할인, 경품혜택을 미끼로 상품을 구매한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을 심각하게 속여서 산 경우 등이 포함됐다.

반면 공·사문서 위조에 의한 사기는 같은 기간 6.3%에서 0.8%로 급격히 줄었고 보이스피싱(2012년 16.7%→2016년 8.2%), 전화 허위광고(2012년 8.2%→ 2016년 1.5%) 등 상대적으로 전통적 방식의 사기수법에 의한 피해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신문이나 전단지, 거리 유인물 등을 통한 허위광고를 통한 사기범죄는 그 비중이 조사 기간에 걸쳐 그 비중이 1~3% 수준에 그쳤다.

사기범죄의 피해 내용도 사기 수법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장 흔한 피해의 유형은 ‘변제 의사·능력 없이 차입한 후 갚지 않는 경우’로 피해유형의 58%(중복응답 포함)에 달했다. 돈을 떼먹는 이 같은 유형의 사기는 2012년 32.5%에서 26%포인트 가까이 큰 폭으로 늘었다.

수사기관 관계자나 국세청 등 당국, 은행·신용카드사 직원 등을 사칭한 사기 피해의 비중은 2012년 20.7%에서 2016년 9.2%로 줄었다. 가짜 은행 홈페이지에서 비밀번호 등 입력을 유도하는 유형(2.5%→1%) 등 과거 수법을 이용한 사기의 비중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여성이 남성보다 사기 피해 발생 정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교육 수준 별로는 대학원 이상 교육을 받은 이가,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직 종사자나 서비스·판매직 종사자가, 혼인 상태 별로는 현재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미혼 또는 사별·이혼을 경험한 사람보다 사기범죄 피해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았다.
황국상 기자


사기 그 후…사기꾼은 안잡히고 피해자는 우울증



[사기공화국-오명을 벗자 1-③] 사기 신고해도 10명 중 8명은 안잡혀…사기꾼 잡아도 피해금 회수는 어려워
[MT리포트] 사기범죄율 1위 한국…'OO'하면 당한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분들도 있어요. 전화 해서 울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는데 일단 고소부터 하라고 하죠. 그런데 당한 사람이 끝까지 사기꾼을 믿고 고소조차 잘 안 하려 해요. 지금 고소를 해버리면 내 돈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하면서 무서워서 고소를 안 한다는 사람도 많아요.”

각종 금융 사기 피해자 지원 모임을 운영 중인 A씨는 사기를 당하고 난 후 피해자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실제 사기 범죄는 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사기꾼이 법적 처벌을 받고 피해금을 회수하는 등 피해가 회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안정화씨(37·가명)는 지난해 여름 검찰을 사칭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씨의 통장 계좌가 명의도용으로 신용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으니 그 전에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겨놔야 한다고 것이었다. 당장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은행 앞까지 갔던 안씨는 “은행 앞에서야 정신이 돌아와 ‘돈을 넣지 않겠다’고 했더니 욕을 하며 끊었다”며 “지금은 뻔한 보이스피싱 같지만 그 때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고, 이후에는 어떻게 이런 데 속을 수 있나 스스로가 바보 같고 자책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안씨 만이 아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 12월 발표한 ‘2016 전국범죄피해조사’에 따르면 절도나 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무력감이나 자신감 상실 등 ‘우울함’(34.3%)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두려움’(20.9%), ‘불면증, 악몽, 환청, 두통’(16.4%), ‘고립감’(11.6%)을 겪고 있다는 이들도 적잖았다. 심지어 ‘사회생활 및 인간관계에 곤란을 겪고 있다’(11.5%)는 답도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조영오 범죄통계센터장은 연구서에서 “지난 6년간 사기나 절도 등의 재산범죄피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내용을 살펴본 결과, 사기 등의 재산범죄 피해를 당하고 난 뒤 무력감이나 자신감 상실 등 우울함을 경험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기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한 이들이 21.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37.8%) ‘증거가 없어서’(23.7) ‘다른 방식이나 개인적으로 처리·해결해서’(11.23%),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10.12%)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해 범죄가 발생한 경우는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았다.

사기꾼을 잡는 게 쉽지 않아 신고해도 실제 피해회복과 처벌로 이어지기도 힘들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 범인이 모두 검거된 경우는 전체의 19.3%, 아무도 검거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79.7%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니 사기를 당하고 피해금을 회수했다는 이들은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았다. 피해액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가 83.3%로 회수율이 17%도 채 되지 않았다. ‘일부 회수했다’는 15% ‘전부 회수했다’는 1.62%였다.

A씨는 사기꾼을 잡기 힘든 이유로 “피해자들이 자기가 어떤 과정으로 사기를 당했는지 잘 모르고, 사기를 당해도 사기당한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경찰과 검사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고, 돈 불려달라고 마냥 맡겨놨다가 사기 당했으니 그걸 잡을 수 있겠냐”고 답답해했다. 또 “사기꾼들도 피해자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돈을 준다’는 식으로 회유하고 피해자들은 이를 믿는다”며 “그래서 고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종훈 안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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