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 MB, 이번주 이학수 전 부회장 법정서 첫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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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완쪽)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 News1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78)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74)이 이번주 처음으로 법정에서 만난다.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증인신문인 만큼 이 전 대통령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9일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총 67억7401만7383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미국의 대형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삼성에 다스 소송비를 대납해달라고 요청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승인을 거쳐 돈이 전달됐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기소한 것에 분노한다"며 삼성 뇌물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1심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에 대해 대가성을 인정해 유죄로, 대통령 취임 이전의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삼성에는 비자금 특검, 금산분리 완화 등 현안이 있었고, 이 전 대통령 임기 중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과 금산분리 완화 입법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 등 진술이 주요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는 자수서를 통해 "김 변호사가 사무실을 찾아와 소송비를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도 없고, 정부가 지급하면 미국에서 불법으로 비춰질 소지도 있으니 삼성에서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청와대에서도 고마워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최초 삼성이 에이킨 검프에 보낸 것은 다스 비용으로 특정된 것이 아니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 명목"이라며 "다스 소송비용이 그 사용처"라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는 "이 회장에 대한 사면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결단으로 사회 각계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면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2009년이 아니라) 2010년 8월15일 사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산분리 완화는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뇌물수수와 무관하다"며 "김 변호사와 이 전 부회장 이외에 돈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측근을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이 전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1심 재판은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수사관 1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제외하고 모두 서류증거 조사로 진행했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되면서 항소심 전략을 변경했다. 1심에서는 진술에 반하는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내면 된다는 전략이었지만 법원의 해석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삼성 뇌물 혐의의 경우, 1심이 유죄의 근거로 판단한 것은 이 전 부회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뿐이므로 이들에 대한 진술 신빙성에 대해 다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특히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 내 삼성 등 대기업 소송을 수임하고자 한 사람이므로 진술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은 이 전 부회장을 시작으로 항소심에서 본격적으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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