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저승사자'의 귀환? 떨고 있는 보험업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금융감독원 임원 인사를 앞두고 보험담당 부원장보 자리에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국장은 2016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당시 생명보험사들을 중징계한 전력이 있어 보험업계를 정조준한 ‘윤석헌식(式)’ 소비자보호에 ‘칼잡이’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담당 부원장보 인사를 위해 이성재 국장과 이창욱 보험감독 국장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성재 국장이 검증 1순위로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에 올해도 보험업을 타깃으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국장은 보험준법검사국장 시절 자살보험금 사태 제재 건을 다루면서 보험사에 대한 중징계를 이끌었다. 당시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미지급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며 미지급 시 대표이사 해임, 영업정지 등의 제재 예고로 보험사를 압박해 백기를 받아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법 위에 금감원’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원으로 공이 넘어간 즉시연금 사태도 법정행이 무의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원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금감원이 제재로 압박해 모두 지급하라고 하면 자살보험금 사태의 판박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기초서류(약관) 위반으로 제재할 시 수입보험료의 50%까지 부과할 수 있어 막대한 과징금을 내야 하는데, 금감원은 윤 원장의 지시로 올해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면서 즉시연금 사태로 갈등을 빚은 삼성생명을 1순위로 검토하고 있다.

이 국장이 금감원에서 재직하면서 주로 은행 부문 검사 업무를 맡아 보험경력이 적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 국장은 보험준법국장을 맡은 다음에 은행준법국장으로 이동했고 지난해 1월부터 여신금융검사국장을 맡아오고 있다. 보험 관련 부서는 보험영업검사실장, 보험준법국장 등을 지낸 것이 전부다.

특히 윤 원장이 은행과 보험을 비교하며 수차례 불만을 언급했던 터라 각 업권의 특성과 차이에 대한 고려없이 은행을 기준으로 한 감독과 검사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원장은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사업비 관련, “은행에 익숙해져 있는 것인지 몰라도 은행은 상식적으로 하는데, 보험은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한다”거나 “은행은 2% 이자 주고 나머지로 사업비를 하는데 보험은 경비 충당을 먼저 한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보험업의 잘못된 관행이나 소비자보호는 개별 건으로 개선하거나 해외 보험업의 사례에서 벤치마킹해야지 특성이 다른 은행권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칼을 휘두르는 쪽의 균형감각이 전제돼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대로 된 혁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원장은 보험업계 뿐 아니라 금감원 직원까지 배제하고 외부인사로만 ‘보험산업 감독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 보험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보험산업 종합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