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드론 막자" 바주카포에 독수리까지…'안티드론' 시장 급성장

지난달 런던 개트윅 공항이 미확인 드론 2대에 대혼란을 겪었다. /AFPBBNews=뉴스1

드론이 사생활 침해를 넘어 테러 우려, 보안침범 등에 악용되는 사례까지 나오자 세계 각지에서 '불법드론 막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에 이용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이 새롭게 부상 중이다.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불법드론 막기'에 나선 나라는 영국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런던의 개트윅 공항이 느닷없이 나타난 미확인 드론 2대에 36시간이나 마비되는 등 대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개트윅 사건 이후 공항 근처 드론 비행금지구역을 현행 반경 1km에서 5km로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이번주에는 리즈 서그 교통담당 의회 차관이 영국의 주요 공항 수장들과 만나 드론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항들이 조만간 안티 드론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추가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미 런던의 항공 관문인 히스로와 개트윅 공항 소유주들은 군용 수준의 안티 드론 장비를 마련하는 데 수 백만 파운드를 투자했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공항과 글래스고 공항도 드론 순찰을 강화하고 시스템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안티 드론 시장은 지난해 4억9900만달러(약 5580억원)에서 2024년에는 22억7600만달러(약 2조548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드론 건(drone gun)'. 이 드론 건은 그물이 들어있는 포탄으로 드론을 포획한다. /AFPBBNews=뉴스1

지난달 개트윅 공항에는 이스라엘 보안 기업 라파엘이 만든 드론방어시스템 '드론 돔'이 배치됐다. 드론 돔은 원래 시리아에서 테러 단체의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4개의 적외선 레이더를 사용해 24시간 공항 주변 드론의 위치를 감지하고 조종사 위치까지 알아내 체포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6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드론과 조종자 간 교신에 혼란을 가해 드론을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기능도 갖췄다.

물리적 수단을 이용한 안티 드론 기술 중에서는 총알이나 그물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총알로 드론을 격추시키는 방법은 파편이 튀어 발생하는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비군사용 드론에 사용하긴 쉽지 않다. 영국 기업 오픈웍스가 개발한 '스카이월-100'은 그물이 들어있는 포탄으로 드론을 포획한다. 드론을 향해 포탄을 쏘면 공중에서 포탄이 분리되고 그물이 펼쳐지면서 드론을 잡는다. 이 기술은 작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드론 테러 방지를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보잉,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항공분야업체들은 '레이저 기반' 안티 드론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시스템은 고출력 레이저빔을 쏴 드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속도와 융통성, 고정밀도, 비용 등 여러 면에서 다른 기술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5월 중국의 폴리테크놀로지사는 카자흐스탄 무기박람회에서 레이저 기반 안티드론시스템인 '사일런트헌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일런트헌터는 레이저를 활용해 최대 4km 지역에 위치한 드론을 파괴할 수 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불법 드론을 떨어뜨리기 위해 특별 훈련시킨 독수리를 활용했다. 네덜란드 경찰은 독수리가 드론을 먹잇감으로 여기게끔 훈련시킨 후, 드론이 나타나면 바로 날아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드론을 낚아채도록 했다. 이 방법은 미 공군과 홍콩 경찰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채택한 바 있지만 논란도 적지 않았다. 동물권리 운동가들은 이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며 안티 드론 독수리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사람의 머리 등 다른 것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드론을 떨어뜨리기 위해 독수리도 활용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