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책임규명 공정성에 의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안에 대한 이행계획을 보고한 뒤 김용삼 제1차관을 비롯한 기관장들과 함께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지난해 12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에 관여한 공무원들에 대한 '책임규명 권고안 최종 이행방안'을 발표하고 사과한 것을 두고 다시 한 번 문제를 제기했다.

출협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 및 사과와 관련, "2018년의 마지막 날 갑작스럽게 보고회가 마련된 것도 옹색한 일"이라며 "책임규명 범위가 여전히 협소한 데 대해 출판계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7일 발표했다.


먼저 책임규명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출협 측은 "출판계의 경우 블랙리스트 책임자인 김일환 전 출판인쇄과 과장이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됐다"며 "전임 대통령 탄핵 사유의 핵심사건을 저지른 한국콘텐츠진흥원을 관리·감독한 윤태용 전 문체부 문화콘텐츠정책실장은 한국저작권보호원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4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계 블랙리스트 조사 제도 개선, 그 이후 : 세종도서사업을 중심으로'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출판문화협회

또 "김 과장을 압박하며 진두지휘한 한민호 전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 역시 아무 징계 없이 자리를 옮겨 현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 직원들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도종환 장관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방문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출협 측은 "지시를 받고 블랙리스트를 시행한 기관을 방문하는 것인데 문체부가 산하기관에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을 사과했다는 취지로 알려졌다"며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사과를 하러 간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종도서사업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 설치를 문체부가 반대하는 데 대해 '새로운 블랙리스트 사태'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출협 측은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대표적 사업인 세종도서사업에 대해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민간위탁을 권고한 데 따라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며 "문체부를 제외하고 TF에 참여한 6개 기관·단체가 운영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출협 측에 따르면 문체부는 운영위원회에 출판단체의 이름이 명기됐다는 이유로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날 문체부는 출협 측의 운영위원회 관련 주장에 대해 "세종도서사업의 공정성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해 출판진흥원 내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찬성한다"며 "다만 출판계가 세종도서사업 운영위원회의 사무기구(실무자 포함)를 출협 내 설치할 것을 요구해 왔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문체부 측은 "운영위원회는 출판진흥원 규정에 따라 설치된 출판진흥원 내부조직이며 출판진흥원이 세종도서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사업 전반에 대해 행정·재정상 최종 책임을 지므로 동 운영위원회의 행정처리 및 결재 등은 출판진흥원이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