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마케팅 비용 줄이라면서 정부 혜택은 "축소 안 돼"

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악화된 카드사 수익성 개선방안으로 마케팅 비용 축소를 유도하고 나섰지만 정작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혜택은 축소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카드사들은 일반 카드고객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방침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 예규를 통해 신용카드 포인트 적립률이 1% 미만일 경우 신용카드사와 정부구매카드 약정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고 명시했다. 행안부는 2013년 8월 해당 예규 개정을 통해 이 지침을 명문화했다.


정부구매카드는 업무추진과 물품구입 등 경비를 지출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국고금관리법을 근거로 해 2003년부터 도입됐다.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행안부를 비롯한 전 중앙부처에 1% 이상 적립 혜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부구매카드 계약을 맺은 모든 카드사가 1% 이상 캐시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이같은 지침은 정부구매카드 도입 때부터 바뀌지 않고 있다. 2012년 2.14%였던 일반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2017년 기준 2.08%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라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이 연매출 30억원 이하까지 대폭 확대되면서 평균 수수료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구매카드의 적립률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마케팅비용 축소가 불가피한데 정부에 주는 혜택만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구매카드를 제공하는 곳은 NH농협·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카드 등이다. 2017년 기준 정부구매카드 사용액은 약 6642억원에 이른다. 정부구매카드 계약은 입찰 방식을 통해 기관·지자체별로 체결된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1%보다 훨씬 높은 혜택을 걸고 입찰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진 만큼 이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카드사들은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카드업계 경쟁력 제고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이같은 지침을 폐지하거나 최소 적립률 기준 0.4~0.6%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이같은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보지만 소관부처가 아니다 보니 개선에 나서기 쉽지 않은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토를 통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면 주무부처에 해당사항에 대한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며 “다만 개선내용을 전달할 뿐 이를 강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