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엔 반도체 빙하기…세계시장 매출 20조 뒷걸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시장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2년 뒤면 20조원 이상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4분기 반도체에서만 6조원가량 급감한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한 가운데 경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업계마저 빙하기 초입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크다.


10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매출은 163조2960억원(원달러 환율 1120원 기준)으로 지난해(185조6960억원)보다 22조원(12.1%)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가트너는 특히 국내 업체 비중이 큰 D램 시장 규모가 반토막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115조808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한 D램 시장이 올해부터 후진해 2021년에는 62조8000억원 수준까지 뒷걸음질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메모리반도체 매출에서 D램 비중이 60%,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는 80%에 달한다.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43.4%로 1위를, SK하이닉스는 29.1%로 2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40.8%(1위), SK하이닉스는 11.3%(5위)의 점유율을 보였다.

최근 2년여간 고공 행진한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PC용 DDR4 8Gb 제품 기준·D램익스체인지 집계)이 11.5%, 낸드플래시 가격(메모리카드용 128Gb 기준)은 8.8% 떨어졌다.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섰던 아마존, 구글 등 IT업계 공룡들의 수요가 시들해진 데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구매를 미루는 곳이 늘면서 올 1월에도 D램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D램익스체인지는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누적과 수요 부진, 비관적 경기전망의 3박자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초호황 국면의 막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이런 하락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도 설비투자를 미루고 방어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달 삼성전자의 글로벌전략회의에서도 반도체 투자 규모와 속도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라인 2층에 월 2만장 규모의 D램 라인을 조성하기 위해 올 1분기를 목표로 장비를 발주했다가 지난 연말 이례적으로 반입 일정을 미뤘다.

미국 반도체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줄어든 180억달러(약 20조1600억원)로, SK하이닉스는 22% 줄어든 100억달러(11조2000억원)로 예상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가 80억달러(약 8조9600억원)까지 올해 설비투자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관측이 맞다면 최근 3~4년새 가장 보수적인 수준"이라며 "협력업계에선 지난해 디스플레이 후방업계가 겪었던 보릿고개가 반도체 산업에서도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반도체 수출 감소가 일으킬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지난해 기준으로 반도체 산업은 국내 수출의 26%를 넘어섰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 자체가 줄고 있다"며 "지난해까진 일부 가격 하락에도 물량이 늘면서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올해는 수출이 상당폭 둔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불황이 돼야 실력이 드러난다"며 "위기를 맞아 중장기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협업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