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전직 대법원장 檢출석...피의자 양승태 입 주목

양승태 전 대법원장. 2018.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지난 7개월간 이어져온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의 성패를 결정지을 마지막 승부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전 9시30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재판 개입, 사법행정 반대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 등으로 혐의가 광범위하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받는 혐의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서 대부분 귀결된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이날 하루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차 소환이 필요할 경우 검찰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양 전 대법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할 방침이다.

◇사법농단 수사 7개월…마지막은 양승태


검찰은 지난해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법원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사법농단 의혹이 드러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인 뒤부터다. 검찰은 사법부를 겨냥한 수사에 특수부 검사 대부분 등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사법농단 수사에 사활을 걸었다.

검찰은 수사와 관련된 각종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사법농단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등 대법관과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후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에서 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로 인해 수사에 차질이 생겼고 사법농단 수사는 해를 넘기게 됐다.

각종 혐의 다지기에 몰두하던 검찰은 지난 4일 양 전 대법원장을 11일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7일에는 고 전 대법관, 8일에는 박 전 대법관을 재소환 조사하며 보강 수사에 힘을 쏟았다. 9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구치소 방문조사를 시도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거부해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 마무리 후 신병처리 여부 등을 검토하게 된다.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후 1월말 또는 2월초 사법농단 수사를 모두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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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운명 좌우할 중앙지검 15층 조사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15층 조사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 조사실에서는 박·고 전 대법관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과 나란히 앉아 책상을 사이에 두고 검사 측과 마주보게 된다. 양 대법원장은 최정숙 변호사(52·23기) 등 변호인 2명과 함께 조사를 받을 계획이다.

조사실 좌측에는 수사관 2명이 별도의 책상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바라보고 배석한다. 조사실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파와 식수대 등이 마련돼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조사는 수사팀 실무를 책임져온 부부장 검사들이 번갈아 신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부장 검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30기 이상 기수 차이가 난다.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장검사급이 신문을 진행했다.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밤샘조사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을 존중할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원하지 않는다면 밤샘조사가 아닌 재소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에 맞춰 전직 사법부 수장인 점을 고려해 보안도 강화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당일 서울중앙지검 출입은 통제되고, 사전에 출입을 허가 받은 인원만 청사 안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대법원.2019.1.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피의자 신분으로 찾은 대법원…입장발표 주목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이 아니라 친정인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 9일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안에서 입장문 발표가 불가능하다면 정문 밖에서라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이와 같은 돌출 행동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검찰청 주변에는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예정된 상태기에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노조는 "사법농단의 몸통인 양 전 대법원장의 오만이 극치에 달했다"며 "법원 내 적폐세력이 자신들의 재판에 개입하려는 양 전 대법원장의 마지막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혀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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