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빼니 10대 기업 이익 15% 뒷걸음질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한 10대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5%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초호황에 가린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자동차·정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 실적이 일제히 후퇴한 역성장의 민낯이 드러나는 셈이다.


올 들어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마저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경제·산업 전반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현대차 반토막·LGD 적자전환…줄줄이 역성장 = 14일 머니투데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지난해 예상매출 상위 10개사에 대한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분석한 결과 합계 영업이익이 20조7320억원으로 2017년(24조2592억원)보다 14.5%(약 3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와 SK하이닉스 (179,100원 ▼9,100 -4.84%)까지 포함한 매출 상위 12개사의 영업이익은 7.6% 늘지만 반도체를 뺀 나머지 기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양대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차 (242,000원 ▲500 +0.21%) 영업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치가 2조7760억원으로 2017년 4조5747억원의 60%에 그쳤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4년 7조5499억원 △2015년 6조3579억원 △2016년 5조1935억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정유·화학 대표기업인 SK이노베이션 (103,800원 ▼1,500 -1.42%)과 LG화학 (382,000원 ▼12,500 -3.17%)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20% 정도 줄어든 2조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2017년 영업이익 2조4616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LG디스플레이 (9,750원 ▼250 -2.50%)는 1년 만에 적자 시나리오를 쓸 가능성이 농후하다.

◇ 삼성도 반도체에 가린 아픈 손가락 = 반도체만 잘 나가는 기형적인 산업 구조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등 4대 사업에서 반도체를 빼면 나머지 3개 사업부 실적이 내리막이다.

지난 8일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당시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 전망치를 감안해 분석하면 스마트폰·디스플레이·가전 등 3개 사업부 예상 영업이익이 14조6600억원으로 1년 전(18조8800억원)보다 2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이들 3대 사업부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도 3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가전 사업부는 실적 성장세를 지킨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부 이익 하락세가 시장 예상보다 가파르다.

삼성전자 경영진에서 "반도체 성과에 취해 성장의 4개축 중 3개축이 휘청거리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 고용 한파 언제까지…"골든타임 잡아야" =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그나마 '비빌 언덕'마저 사라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3조원가량 밑돌면서 증권사들의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가 60조원에서 44조6000억원으로 25% 넘게 하향 조정됐다.

기업 이익 감소는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2018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행정·국방·농림어업 취업자를 제외한 민간 일자리는 전년보다 1만6000개 줄었다. 민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2016년 하반기 조선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시작된 취업자 감소세가 멈추기까지 13~18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고용참사'를 주도한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감소세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반도체가 버텨주는 동안 자동차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 경기를 끌어올리고 4차 산업혁명에 불을 지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 늦기 전에 기업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선명하고 일관된 신호를 주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봐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과 신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